한국 경제가 무너진다고 그 여파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어디까지 확산될까 전 세계가 걱정하던 소위 IMF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LPGA에서 우승한 박세리였다. 승승장구하는 그 모습을 밤을 새워가며 보면서 우리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 안간힘을
쓰며 믿고 싶었던 때였다. 그 때 박세리를 후원해왔던 삼성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올렸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홈페이지 주소를 아예 세리(seri)로
바꿨고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로부터 채 10년도 되기 전에 이제는 어느 LPGA 투어이든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에 그야말로 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절이 되었다. 박세리 이전 외국에서 활약하는 골프선수는 일본투어에서 구옥희가 가끔씩 신문지면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정도였다. 놀라운 것은 골프 역사가 오랜 유럽 각 국과 일본에서도 LPGA에 이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인구 비례로 보아도 비교가 되지 않는 놀라운 선수 급증이다.
그것은 스폰서도 없이 모든 생활을 희생하며 선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 특유의 극성스런 교육 열기의 결과일 수도 있고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하여 손을 쓰는 것이 뛰어나다는 것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찾아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씩 우승을 하고 나서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운전, 식사 등을 담당하며 노력했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논밭 다 팔던 부모들의 전통이 최근의 기러기 아빠 양산에 이르기까지 변함 없이 내려오고 있고 골프 분야 역시 그 전통을 이어 받았다고 보여진다. 어쩌다가 잘하는 선수 한 두 명이 아니라 몇 십 명의 선수층이 형성되었으며 모두 우승할 가능성이 있을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모두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 요즈음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소망의 모습을 본다. 세계의 정상에 이미 올라서 우리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생명공학 분야의 황우석교수는 스타 중의 스타가 되었다. 바이올린의 정경화, 성악의 조수미, 지휘의 정명훈....어쩌다 한 명씩 이름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아주 자주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듣게 된다. 바둑은 아예 한국이 잡고 있는 분야이고 이창호 이후로도 무서운 신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고 대중문화의 선도격인 드라마와 영화는 그 이름이 동남아를 넘어 이제는 미국에도 바람이 분다는 소식이고 가요계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꿈을 꾸는 스타들이 넘쳐나고, 야구고 축구고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숫자 세기 바쁘고 ...다 반가운 일이다.
20세기 중반에 21세기에는 한국이 세계의 선도국가가 되며 그래서인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인상이 다 좋다는 이야기를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럴 때가 정말 올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던 것이 20대인데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즈음 사방에서 좋은 징조가 보여지는 것이 막연한 꿈으로 생각하던 것이 이루어지겠다 싶은 마음으로 바뀌고 있다. 다른 나라가 몇 백년에 걸쳐 변화되었던 것을 단 백년 만에 맞고 겪은 우리나라의 무서운 성장력과 잠재력이 바야흐로 그 빛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오늘도 조금씩 자란다.
No one is hopeless whose hope is in God.
하나님께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절망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