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노래방에 가다

평화 강명옥 2003. 5. 1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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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며 심야영화를 보러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카들이 숙제를 마치고 잠이 든 다음 10시 반이 넘어서 동생부부와 함께 문을 나섰다.
그러나 극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마지막 영화상영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언제 노래방에 가봤던가 기억이 아물아물했다.
셋이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데 각자 특색이 있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주로 70년대 노래였고 동생부부는 80년대 노래부터 최근노래까지 다양하게 불렀다.

'옛시인의 노래','끝이 없는 길','상록수','사랑은','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사랑해'.....
동생 집에 와서도 가끔씩 성경말씀을 읽는 가운데 찬양을 하곤 했었는데 동생부부 웃으며
하는 말이 내가 노래하는 것이 찬송가 부르는 것 같단다.
가요를 찬송가풍으로 부른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듣긴 했었는데...

나는 거꾸로 동생부부가 곡목을 선택할 때마다 '이거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를 연발했으니...
주거니 받거니 돌아가면서 부르다 보니 처음에 30분만 있다가 가자고 한 것이 1시간 반으로 늘어났다.

상록수를 부를 때는 25년 전 참 절실한 마음으로 불렀던 학생시절이 생각나 눈 밑이 뜨뜻해졌다.

동생부부는 아주 오랜만에 '옛날 노래'들을 들어 좋았다고 했다.
나 또한 언제 이런 시간을 가져보겠나 싶고 좋았다.
노래방을 나왔을 때는 셋 다 목이 약간씩 쉬었을 정도로 열창을 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결혼하기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퇴근 후 만난 동생은 혼자인 누나를 위한답시고 굳이 노래방을 가자고 하여서 상당히 많은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들을 테이프에 녹음을 했던 적이 있다.
가끔 그 테이프를 들으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생은 가끔씩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면 자기가 '모시고' 살겠다고 했다.
'아니다. 나는 내가 알아서 살 테니 너희부부나 사이좋게 잘 살아라'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도 자기 사는 동네가 공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으니 요양하기 좋다고 몇 번씩이나
오라고 전화를 해서 오게된 것이다.
전에 통화를 할 때 올케가 이 다음에 조카들이 내게 효도하게끔 하겠다고 나를 위로하였는데
아마도 내가 앞으로 '조카효도'를 받게될 모양이다.

내일 밤은 오늘 보지 못한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한가롭고 평온한 밤이다.


The flowers or weeds that spring up tomorrow are in the seeds we sow today.
오늘 심은 씨에 따라 내일 꽃이 나기도 하고 잡초가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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