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늙으신 부모님

평화 강명옥 2003. 6. 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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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몇 달 간 늦어졌지만 더 늦출 수도 없어 출국 날짜를 정해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잠자코 계시던 어머니가 딱 1주일만 더 늦출 수 없느냐고 하신다.
명색은 1주일 후가 어머니 보시기에 좋은 날이란다.

곁에 계시던 아버지가 말씀을 거드셨다.
"내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다가 힘이 없고 어머니는 병이 깊으니 우리는 이제 너를 더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 말씀대로 1주일만 더 늦춰라."

"별 말씀들을 다하세요. 두 분은 100세도 넘게 사실 거에요."
웃으면서 대답은 했지만 가슴이 찡해졌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 부모님의 부재(不在)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님을 아무리 생각해드린다고 해도 부모님이 자식을 생각하는 데는 도저히 못 따라간다.
그래서 내 출국일은 예정보다 조금 더 늦춰졌다.

처음에 남편의 해외발령 소식을 들으셨을 때 이미 사전에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음에도 어머니는
안정을 찾지 못하셨다.
내가 떠나고 나면 못보고 이 세상을 뜨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난다고 눈물을 흘리셨다.

새삼 아버지의 바짝 마르신 모습과 기운 없이 걸으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밥상에서 몇 숟가락 못 뜨시는 것까지.
심장병으로 인해 생긴 천식 때문에 수시로 기침하시는 어머니의 기침 소리를 한 밤에 듣노라면
가슴이 미어지고...

그동안 부모님이 나이 드시면서 단 간식을 찾으시고 좋아하시는 데 제대로 사 드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동안이라도 부지런히 챙겨드려야겠다.


More precious than gold is God's Word to me,
Much better than pearls from deep in the sea;
For in the Lord's words I take great delight,
And it is my joy each day and each night. - Fitzhugh
하나님의 말씀은 나에게 금보다 더 귀하며
바다 속 깊은 곳의 진주보다 더욱 좋네.
주님의 말씀으로 나는 큰 기쁨을 얻고
매일 매일 밤낮으로 내게 즐거움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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