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아, 옛날이여!

평화 강명옥 2005. 11.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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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오래고 가까운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부부동반 저녁을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 가족모임일 경우 정례가 되다시피 한 <광화문인도음식점 ⇒ 청계천 산책> 의 시간을 가졌다.

 

인도 음식은 보통 에피타이저, 바비큐, 커리, 빵(난) 또는 밥, 디저트, 음료 등으로 구분된다. 에피타이저로는 해산물샐러드를,  메인으로는 탄두리치킨, 탕그리 캐밥, 탄두리 프로운, 램갈비 허사니가 골고루 들어있는 모듬을, 빵과 밥은 다 시키고 커리는 야채와 쇠고기로 만든 것을 주문하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료는 하우스 와인으로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로는 수제요구르트인 라씨를 먹었다.  
 
우리 취향에 맞춘 것인지 커리도 그렇고 바비큐도 그렇고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아서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웬만하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엇인가 마음이 통하는 것도 같고 상당히 기분들이 좋아졌다.

 

그래서 누군가 추천해서 가보았더니 특별히 제조한 약초성분을 넣은 막걸리가 전혀 탈도 없었고 빈대떡도 아주 맛있더라는 음식점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그렇다면 조만간 다시 만나서 그 집에 가보자는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식사가 끝난 후 청계천으로 내려가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걸어가며 부담 없고 편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한참을 걸어내려 가다가 돌아올 때는 지상으로 올라가 차가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를 여유 있게 걸었고 찻집에서 각자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해서 노천 좌석에 앉아 상당 시간 담소를 즐겼다.

 

그리고 열흘 후 다시 만나서 빈대떡이 맛있다는 집을 찾아갔다. 세련된(?) 인상의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그 집은 좁아서 두 팀이 들어가면 꽉 찼는데 이미 손님 한 팀이 와 있어서 우리가 들어가자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들은 대로 빈대떡도 맛있고 특별히 개발한 소스를 넣은 연어스테이크에 맛깔스러운 여러 반찬들을 맛볼 수 있었다.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웃고 이야기하는 가운데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들은 주인 할머니와 말문이 트여 생각지도 않게 할머니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누구나 알만한 그러나 이제는 망한 기업의 주인이었다는 할머니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나와서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 커피와 케익이 아주 맛있다는 그리고 어느 영화 촬영의 장소였다는 빵집(왜 빵집하면 소박한(?) 이미지가 베어커리 하면 우아하고 화사한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모르지만) 앞의 널찍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거리를 바삐 달리는 차들을 구경하며 커피와 케익에 그리고 덤으로 받은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을 좋아라 먹으며 편안한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난지도 모르게 앉아 있다가 일어나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밤산책을 즐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빈대떡을 먹으러 다시 그 집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옛날 이야기는 그 옛날 이야기가 어울리는 장소와 때가 있기 때문에...

 
 No trial would cause us to despair if we knew God's reason for allowing it.
 하나님께서 시련을 허락하시는 이유를 알면 어떠한 시련도 우리를 절망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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