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건강검진

평화 강명옥 2005. 12. 3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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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였던가 올해 건강검진 대상이라고 통지가 왔었는데 서랍 한 귀퉁이에 넣어두었다가 해야지 했는데 연말이 다가오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다가버렸다.

 

몇 년 전 수술 받은 일로 인해 매일 약을 한 알씩 먹는 것이 있다. 보통 석 달 치씩 처방전을 끊어주었는데 얼마 전부터 두 달 치씩 끊어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바로 전에는 내가 수술한지가 2년이 지나서 간 검사를 비롯해 네 가지를 검사해봐야 한다며 3주 일치를 끊어주었다.

 

결국 그 3주 치 약을 다 먹은 다음 날, 한 해가 끝나기 일주일 전 동네 방사선과에 가서 하게 되었다. 검사를 시작하기 전 병력 등을 기록하는 질문서를 받았는데 병과를 기록하는 칸이 겨우(?) 세 칸이라 내가 가진 병명을 세려면 열 손가락이 다 필요할 정도인데 칸 밖으로 줄줄이 적어 넣었다.

 

내 기록을 훑어보던 여자원장선생님 왈, '아직 이러실 나이는 아닌데요...병이 너무 많네요...'
그러더니 한 마디 더한다. '그런 병들을 잘 데리고 사셔야겠네요.' 아마도 완치가 없는 병명들이어서였는지...

 

기본 검사를 끝낸 다음 몇 가지 추가 검사를 하였는데 초음파로 간 및 다른 내장을 검사하던 원장의 소견은 지방간이 시작되었고 다른 장기는 그런 대로 괜찮다고 하였다. 

 

고기를 많이 먹느냐, 운동을 안 하느냐, 혹시 과일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 묻더니만 되도록 채소를 많이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란다. 마지막으로 위 검사를 하는데 내시경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조형촬영을 하기로 하였다. 촬영 전 먹은 약으로 속이 부글부글거리는 가운데 잘 마쳤다.

자세한 검사결과는 3주 후에 직접 찾아와서 듣고 찾아가라고 하였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며 한 생각, 요즘 주위에서 갑자기 암 등에 걸려 세상을 하직했다는 이야기를 부쩍 많이 듣게 되는데 나의 경우는 의사 말씀대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병이 많아 그렇게 심각한 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골골칠십' 아님 '골골팔십'이라 해서 아픈 데가 많은 사람은 스스로 주의를 잘하기 때문에 더 오래 살고 건강한 사람은 그 건강에 자신을 가져서 오히려 수명이 짧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요즘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골골일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 살며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평생 미래준비를 해야하는 시대의 특별한 행복(?)인가..  

 

 

We can never get beyond the circle of God's care.
 우리는 결코 하나님의 돌보시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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