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매운 맛이 땡기는 날은...

평화 강명옥 2005. 12. 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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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고 으스스 해서인가 요즘 우리는 매운 맛이 무척 고프고 땡겨서 그 매운 맛을 찾아다니고 있다. 어제는 동네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매운 마파두부와 굴 짬뽕으로 포식을 했다.

 

화교가 하는 그 집은 보통 중국음식점이 다른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밤10시 전후로 문을 닫는 데 비해 조개구이집을 겸하고 있어 아주 늦은 밤에도 편하게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다. 더욱이 맛도 자장면을 비롯해 무엇을 시키든 좋고 양은 넘치도록(?) 준다. 

 

중국에 몇 번 근무했던 남편은 가끔 중국에서 먹어본 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간간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특히 독특하게 매운 음식들이 더욱 그렇다.

 

중국에서 서민적이고 평범한 음식점에서 세수 대야만한 냄비에다가 빨간 고추가 빨갛게 덮인 바글바글 끓는 국물에 다양한 고기와 야채를 넣어 익혀 먹는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독특하게 매운 맛을 내는 양념을 넣는데 먹고 나면 입술이 보통 얼얼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대문으로 진출을 하였다. 언젠가 비슷한 음식점 간판을 본 것 같다는 남편의 기억을 따라 찾아간 것인데 정말 여러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동대문 부근의 상가에서 조선족들이 일하며 하나 둘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판도 온전한 한문 간판들로 주로 '○○羊肉串店'라고 붙어 있는데 막상 들어 가보니 고기는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이층에 자리잡은 음식점에 들어가니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싫지가 않았다.

 

양고기 샤브샤브를 시켰는데 중국에서 봤던 세수 대야 냄비가 나오고 국물 맛도 거의 같았다. 냄비가 칸막이가 되어 있어 한쪽은 아주 매운 국물이 다른 한 쪽은 해물 국물이 끓어서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며 바라본 창 밖의 동대문 거리 풍경은 오래 전부터 보아온 북적북적 대는 그런 것이었다. 오래된 낡은 건물, 빽빽이 들어선 상점, 온갖 음식점에 다방에서 PC방까지...그러고 보니 그 사이에 보이는 한문간판이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보통 생각할 때 종로가 다듬어지고 다음에 청계천 차례가 오려나 싶었는데 정말 내일 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어서 청계천 거리가 먼저 그렇게 말끔해질지 누가 알았으랴... 

 

양이 많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벌써 저만치 가고 그 많은(?) 양의 야채와 고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평소에는 둘이 한 공기 먹던 밥도 두 공기를 깨끗이 비우고 나서는 거리의 바람이 그리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매운 맛이 땡기는 날은 자주 동대문 나들이를 하게 될 것 같다.


Gold can be a helpful servant but a cruel master.
 금은 유익한 하인이 될 수도 있지만 잔인한 지배자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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