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청진동 해장국

평화 강명옥 2006. 1.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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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지날수록 입맛이 더욱 맵고 칼칼한 것을 찾다보니 자주 해장국을 먹으러 가게 된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 행사에 참석해서 아이들의 재롱과 청년들의 놀라운 워십 댄스와 풋풋한(?) 어른들의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늦은 저녁이면 광화문 또는 청진동 해장국 집에 가서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어울려 한 그릇 후딱 해치우는 버릇(?)이 생겼다.

 

또 송구영신 예배를 경건하게 드리고 돌아오는 새벽이면 역시 종로와 광화문 그리고 멀리는 한강변까지 두루두루 둘러보고 나서는 역시 해장국을 먹으러 간다. 그다지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들인 이 버릇으로 찾아간 청진동 해장국 집은 역시나 사람들로 붐볐다.

 

70년 전에 처음 시작했다는 그 집은 낡은 의자와 탁자, 그리고 모든 것이 다 허름하지만 그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 탓에 벽에는 해장국집 기사들이 오려져 붙여 있는데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관광을 오면 일부러 들러 먹고 갈 정도라고 한다.

 

무심코 해장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벽에 붙여져 있는 기사를 읽으면서 '어! 이 동네가 개발되고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다는데요?' 그러면서 무엇인가 이상해서 신문기사 날짜를 확인하니 1999년도 기사였다. 그러자 남편은 '그러게, 늘 급해요 그렇게...' 하며 웃었다.

 

해가 가는 것이 아쉬워 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우리가 해장국을 먹는 동안에도 연신 들어오고 나가며 시끌시끌한 가운데 반찬이라고는 깍두기 하나뿐인데도 은근히 깊은 맛이 있는 해장국에 빨간 다대기를 두 숟가락 듬뿍 넣고 고춧가루까지 넣어서 먹는 맛이라니...

 

깍두기 한 접시 더 시켜서 국그릇 바닥까지 싹 비우고 나서는 길이 든든했다. 요즘은 우아하게 격식 차린 음식보다는 어째 이리 한가지 입맛에 먹는 것에 마음이 쏠린다. 내가 서울에 있는 한 매년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 와 새해 첫 날에 청진동에 들러 해장국을 먹는 일은 아마도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가만 이 해장국 집 100주년 되는 해에도 여전히 그 맛을 볼 수 있겠지...그 때라고 해봐야 내 나이 고작 80 정도일 테니까. 꿈도 야무지다.


 

God's forgiveness always comes with another chance.
 하나님의 용서는 언제나 또 한 번의 기회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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