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마늘을 다지며

평화 강명옥 2005. 12. 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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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 때 번거롭게 생각되는 것은 양념들을 다룰 때이다. 국이든 나물이든 모든 음식에 마늘은 다 들어가기 때문에 소금, 고춧가루, 깨가루 같은 것처럼 통속에 든 것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다져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늘은 보통 음식 만들 때 쓸 만큼 꺼내서 칼자루 위의 편편한 부분으로 찧고 다음에 칼로 다져서 사용하는데 그 다지는 것이 다질 때마다 참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동작이다. 그나마 다 까진 마늘을 사다 먹으니 망정이지 통마늘을 사다가 까기까지 하는 것은...

 

가끔씩 친정 어머니가 많은 분량의 마늘을 갈아서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게끔 각설탕 모양으로 얼려서 가져다 주실 때가 있는데 냉장고 냉동 칸에 넣어두고 쓰면 상당히 편하다. 그'각마늘'이 떨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몇 개씩 다져서 쓰게 되지 해다 주시는 것처럼 만들어 쓰지는 않게 된다.

 

중국에 있을 때 우연히 마늘 한 개씩 넣어서 힘주면 다져지는 도구를 사게 되었는데 편리한 점도 있었으나 덜 다져질 경우 구멍이 거의 뚫린 모양의 마늘이 보기 안 좋다고(?) 하는 바람에 사용을 포기했다.

 

마늘이 몸에 좋으니 음식 만들 때 되도록 듬뿍듬뿍 넣는데 그러다 보니 한 봉지씩 사다 놓는 마늘이 금방 금방 없어진다. 그 한 봉지를 다 털어서 씻고 한 개씩 손으로 집어 도마에 얹어놓고 찧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개씩 집어다 찧으니 필히 내 손맛이 배어들었을 것이다 하는. 보통 나물을 무쳐도 국거리를 냄비에 넣을 때도 손으로 하지 않고 젓가락이나 집게를 사용하는 습관 때문에 음식에 손맛이 배어들 여지가 없는데 이 마늘은 일일이 손으로 집게되니 쬐끔이나마 손맛이 반영되지 않을까.

 

어머님들은 음식을 만드실 때 무엇을 하시든 직접 손으로 하시는데 평생보고 배워도 잘 따라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만드신 음식은 너무도 맛이 있음에도 영 배워지지 않는 부분이다.

 

예전 집집마다 장맛, 김치맛 등 음식 맛이 구별될 정도로 달랐던 것은 그렇게 일일이 손으로 만지고 무쳐서 만들고 고유의 손맛이 가미되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결혼 이후 딱 한 번 두 포기 김치를 담궈 본 이후 줄창 시댁 또는 친정 아니면 맛좋은 김치집에서 사다 먹는 내 재주로는 고작 마늘 다지기가 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평소보다 좀 더 정성스레(?) 다졌다.       


 

If you want to be rich, count all the things you have that money can't buy.
 부자가 되고 싶으면 당신이 가진 것 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모두 헤아려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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