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드디어 엄지족이 되다.

평화 강명옥 2006. 1.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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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면서 오랜 세월을 연말연초면 연하장을 고르고 써서 붙이고 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이메일 카드가 상당히 편하다고 느끼며 주로 애용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휴대폰이라면 오는 전화 받고 거는 데만 쓰는 내게도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잘 쓰지 않는 기능이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겨우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물론 내가 답장을 보낸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이제 휴대폰이 젊은 세대에 몸의 일부와 같이 절대적인 물건이 되어버렸고 모든 활동을 휴대폰을 통해서 한다는 것은 신문기사거리로 읽어 잘 알고 있었다. 사진 찍어 보내는 거부터 메일 보내기까지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나는 휴대폰으로 내 스스로가 사진을 찍어 본 일도 없거니와 사진 찍는다는 개념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연말을 맞이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내가 그 엄지족의 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올해,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가 한 장, 그리고 후배가 올해 있었던 가족의 중요한 일을 적은 서신과 사진을 넣어 보낸 우편물 1통이 예스럽게 받은 연하장의 전부였다. 이메일로 작성해서 보내다가 보니 정작 휴대폰 번호는 아는데 이메일주소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꽤 여럿 되었다. 직접 전화를 할 까 하다가 한 건 두 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다 보니 그것이 참 편하다는 것을 불과 몇 건 보내지 않고 깨닫게(?) 되었다.

 

더욱이 오래 연락은 하지 않았는데 전화번호는 지우지 않은 오래된 지기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것이 카드보다도 이메일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편리하였다. 하면 는다고 한 건 두건 하다보니 글자판도 익숙해지고 보내는 속도도 빨라지는(?) 장족의 발전을 요 며칠동안 하게 되었다.

 

정말 해야할 때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그냥 뜻만 전달할 때는 바로 전달되는 직접적인 메시지 보내기가 감정적으로도 부담이 덜 되고 편했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 역시 대부분 메시지로 왔다. 이제 때를 잡아서 날을 잡아서 연락을 해서 보게 되면 한동안 뜸했던 그동안의 서먹함이 없어진 채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왜 요즘에 그리도 휴대폰이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인지를 외출할 때면 번번이 두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들고 나가기를 반복하게 되는 내가 톡톡히 깨닫게 된 요 며칠 드디어 나도 더듬거리기는 하지만 엄지족이 되었다.         

 

God's grace is not license to live as we please-it's liberty to please God.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마음대로 살도록 허락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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