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연금술사와 파랑새

평화 강명옥 2006. 1. 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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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문들과 같이 하는 북클럽의 책 선정이 어수선한 연말이 되면서 조금 늦어졌다. 그러는 가운데 한 동문이 추천한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읽어나가면서 벨기에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가 떠올랐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추억의 나라, 밤의 나라, 미래의 나라 등 환상적인 세계를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집에서 기르던 비둘기가 파랑새였다는 이야기이다.

 

파랑새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면 연금술사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산티아고가 신학을 공부하다가 양치기가 되고 피라미드 옆에 있다는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나서 크리스탈 가게에서의  점원생활, 사막에서의 생활 등을 거치며 여러 경험을 하지만 결국 찾는 보물은 살던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조언하는 멜기세덱과 연금술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따랐으며 꿈을 좇았다. 중간중간 편안한 현실에 안주할 수 있었으나 '용기'를 가지고 떠났기에 어른들의 꿈이랄 수 있는 '사랑'과 '보물'을 찾을 수 있었다.

 

과연 무엇이 보물인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연금술사를 보면서 나도 잠깐이나마 50평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거쳤고 여러 학교에서 여러 공부를 했고 여러 조직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그리고 아직도 그 과정을 가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 정부산하출연기관, 국제기구, 정부기구 등을 거쳤는데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거의 모두 왜 그만두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안정되고 자리잡았고 발전할 수 있는 자리들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왜 떠나느냐는 질문에 대해 겉으로는 그만 두는 명목이 있었지만 내면으로는 한가지 대답이었다. 떠날 때가 되었고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한 단계 단계마다 전 단계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좋은 경험과 좋은 시절들을 보냈다.

 

나도 대학 졸업 후 거의 25여 년 간의 다양한 생활을 하면서 늘 궁금해했다. '하나님은 무엇을 시키시려고 이리 고루고루 보게 하시고 훈련시키시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나 있는 자리에서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며 궁금해하기보다는 기대를 하고 산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물이라는 것이고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마지막 일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 나라에 갈 때까지 아마도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여러 일들을 하게 되지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즈음 그저 전화 받으면서,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메일을 보내면서, 생각하며 끊임없이 기도를 한다.  모두가 하나님이 이 세상에 귀하게 보내신 사람들이다.

 

Your life either sheds light or casts a shadow.
 당신의 삶은 빛을 비추거나, 아니면 그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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