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택견, 알바, 공부...

평화 강명옥 2006. 4. 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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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그간 3년을 휴학한 덕분에 6년 전에 받은 학생증이 아직 유효(?)한 신분이고 논문을 다 쓰고 완전한 졸업을 하기까지는 이 꼬리를 계속 달고 다녀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준비 또는 우려로 일부러 졸업을 미룬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도 아니면서 뒤돌아보니 어느새 입학한지가 이리도 오래되었나 싶다.

 

볼 일을 마치고 나와 걷는데 중앙도서관 앞이 시끌시끌하며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택견 동아리'에서 점심 시간에 맞추어 시범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하얀 저고리, 바지를 입고 가죽신을 신은 모습으로 유연하게 발을 주로 놀리며 대련을 하는데 진지한 모습임에도 삐끗 실수가 나오면 선수나 관중이나 다같이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한 쪽에서는 징과 북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햇볕이 화사하게 내려 쬐는데 하얀 도복이 더 하얗게 보이고 학생들의 얼굴은 더 풋풋하게 보였는데 옆에서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중도 앞인데 택견 시범경기하고 있다. 빨리와!" 중앙도서관을 그렇게 줄여 말하는지는 처음 알았다.

 

택견 동작이 느린 듯 하면서도 발차기할 때는 상대방의 머리 위를 휙휙 지나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잡아서 쓰러뜨리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격렬하게도 보였다.

 

지켜보는 동안에 우리 전통 무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였고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잊은 채 열심히 바라보며 호응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어쩌면 '젊음' 자체가 보기 좋았다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이겠다.

 

나도 30여 년 전 저 학생들 나이 때에는 무엇인가 부지런히 읽고 찾으며 바쁘게 보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사이 얼마나 세월이 많이 바뀌었는가 하는 생각도 하였다. 우울했던 그 시대의 어두운 그늘은 모두에게 미쳤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것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로 미래를 고민하면서 격변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보다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그 자체로 보기 좋은 장래의 주역들이 좀 더 활발하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무조건 좋아 보인다.             

 

강의 첫 시간 대부분이 신입생인 학생들에게 입학하기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고 물었더니 다수가 '알바'라는 대답을 하였다. 요즘은 무엇이든지 줄여 말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 같다.

 

가끔 편의점을 갈 일이 있을 때에도 어린 얼굴로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참 기특하고 예뻐 보인다. 강의 시간에 준비를 열심히 해오고 또 열심히 발표하는 학생들 역시 얼마나 이뻐 보이는지 모른다. 역시 내가 나이가 들었나보다. 

 

 

You may give without loving but you can't love without giving. 
사랑 없이 줄 수는 있어도 주는 것 없이 사랑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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