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고부(姑婦) 중창(重唱)

평화 강명옥 2006. 10. 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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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음식 준비하랴, 함께 예배드리랴, 성묘 가랴...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며칠이 후딱 지나간다.
그러나 그 바쁜 가운데도 몇 시간 정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은 어머님과 내가 찬송가를 펼쳐들고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함께 찬송을 하는 시간이 된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찬송가 먼저 고르세요."
"그럴까."

 

곧 팔십이 되시는 어머니는 실버합창단의 주요 단원이시고 지난 가을에 발표회도 하셨다.
옷장에는 고운 분홍색과 하늘색의 단복이 걸려 있다.

 

전화로 어머님 목소리를 들으면 티 없는 소녀 목소리로 들린다.

오죽하면 아버님 생전에 친구 분이 전화하셨다가 어머님에게 "애야, 할아버지 바꿔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집안의 유명한 일화다.

 

그렇게 차례차례 어머님과 내가 번갈아 고르며 함께 찬송을 하는 시간은 긴 말이 없어도 김해(金海) 김씨 집안에 시집온 전주(全州) 이씨 어머님과 진주(晉州) 강씨 며느리가 한 마음이 되는 시간이다.

 

올해도 그런 틈이 생겨 어머님과 함께 찬송가를 펼쳐 들고 찬송가를 불렀다.
그런데 어머님이 예전 같지 않게 노래하시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고단하셨는가 이제 나이가 드신 건가 언뜻 걱정이 드는데 한 마디 하신다.

 

"확실히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머님의 말씀을 듣는데 가슴속에 싸한 바람이 지나갔다.

 

"어머님 목소리가 아직 얼마나 고우신데요."

 

시집 온지 10년이 되었음에도 아직 부엌에서 조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며느리를 늘 딸이라고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님이다.

 

어머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설거지만 잘하는 며느리를 계속 조수로 쓰시고 짬짬이 함께 찬송하실 수 있기를 기도 드린다.  


 

 

When you grasp, you lose; when you give to God, you gain. 
붙잡으면 잃어버리고, 하나님께 드리면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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