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걸어서 한강다리 건너볼까?

평화 강명옥 2006. 10. 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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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추석 연휴 끝 무렵에 있는 주일 저녁예배는 가정예배로 대체되었다.
오전 대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며 무엇을 할까 하다 산에 가기로 했다.

 

매주 주말이면 함께 산에 다니는 신혼부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관악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계산에서 관악산으로 행로를 바꿨다.

 

간편하게 차려입고 등산화도 신고 나섰다.
우리가 관악산 초입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세시 무렵이었는데 보통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의 그야말로 울긋불긋한 모든 나이 때의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도 또 다른 세상이네 하며 올라가다가 이미 어느 정도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친지부부를 만났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산에 올라가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라며 우리에게 권한 코스가 '경로구역'이었다.

 

"음...경로구역?"

 

역시 '경로구역'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산 아래로 대학과 부근이 훤하게 내려다 보였다.

 

쉬다가 내려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지부부와 합류하여 덕담을 나누며 저녁을 함께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날씨도 시원하고 거리를 걷다가 차를 타기로 하고 한참을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꽤 많은 거리를 걷게 되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제안을 했다.

 

"더 걸을 수 있겠어? 우리 오늘 한강 다리 한번 건너볼까?"
"좋지요. 언제 그럴 기회도 별로 없을 테고."

 

서로 무엇을 말하든 거의 다 수용하는 우리 부부의 장난끼(?)가 발동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등산을 한 것도 아닌 터라 걸을 기력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남서울터미널에서 시작한 걷기는 고속터미널을 거쳐 반포교에 이르렀고 강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넜다.

중간에 내려다 본 한강 물위에는 여기저기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며 만들어내는 거품들이 하얗게 반짝거리다 사라졌다.

 

"아깝다, 아까워. 디카 가져왔어야 하는데..."

 

한강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은데 찍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 소리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걸어서 한강다리를 건넌 우리 발걸음은 용산가족공원까지 이어졌고 한가한 공원을 한바퀴 두루 돌고 난 뒤 우리의 걷기 여정은 끝났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한마디 제안했다.

 

"참 재미있네요. 우리 틈나는 대로 한강 다리 차례차례 모두 건너볼까요?"
"참아주세요!"

 

참아야지. 하늘같은 지아비 말씀인데....


 

 

God is a safe dwelling place in life's storms. 
하나님은 인생의 폭풍우 속에 안전한 피난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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