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나이 40이 넘고 보니...

평화 강명옥 2001. 12. 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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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몇 년 전부터 고질병이 된 장염으로 인해 잠시 병원에 입원하였었다.

가끔씩 있는 일이라 친정은 물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그만 여선교회 수련회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권사님께 참석 못하는 사정 설명을 드리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되었고 기도 요청을 하게 되었다.
기도 해주신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퇴원하였고 이에 감사를 드린다.

퇴원 후에도 영 기력을 못 찾고 있는 중에 잘 아는 분이 자신과 가족의 오랜 병을 치료하였다고 한의사를 소개해주셔서 만나게 되었다.
50대가 넘은 여성한의사로 환자에게 맛사지로 기치료도 함께 하는데 환자의 병이 전이되어 치료를 많이 할수록 의사 자신의 몸이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의사 선생님은 나의 맥을 짚어보더니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였다.
어떤 직업을 가졌길래 이렇게 젊은 사람이 몸에 기가 꽉꽉 막혀 가지고 있으며 위는 위대로 못쓰게 망가졌고 장은 장대로 제 기능을 못하고 피 순환이 제대로 안되어 심장도 아주 심각한 지경인데 스스로 자각증세를 못 느끼느냐는 것이었다.

가만히 두면 얼마 안 가서 심장마비 또는 그 비슷한 증세로 위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돌이켜보니 가끔씩 심장이 따끔따끔한 적이 있었고 어느새 먹는 양이 예전의 1/3로 줄어들었으며 예전에 비하면 아주 자주 장염이라는 병명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는 전에는 내가 아주 건강한 체질이었었겠다며 자신을 만난 것도 다 병을 고칠 인연이라 그런 것이라 설명하였다.
거의 전신을 마사지 해주고 침을 놔주고 부황을 떠 나쁜 피를 빼는 작업이 1시간 반 넘게 이루어졌고 남들은 한가지 약을 처방해주었는데 나의 경우는 적어도 세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료를 받고 약을 들고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참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살았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어느새 나에게 이렇게 건강이 중요한 주제요 문제가 되었던가 하는 탄식이었다.

흔히들 40이 넘으면 모임에서 슬슬 건강 문제와 병 이야기가 나오고 50이 넘으면 거의 모든 주제가 건강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흔히들 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었다.

우리의 몸은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성전이라 깨끗하고 소중하게 보전해야 하는데 그저 내 몸은 내 것으로만 여기고 너무 혹사해 온데 대한 회개를 하게 되었다.

일에 빠져서 일 중독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살아온 시간들, 나뿐만 아니라 옆의 사람들에게도 나만큼 일하기를 요구하며 독촉했던 시간들, 늘 무엇인가 바쁘게 하고 있어야 사는 듯한 느낌으로 만족해했던 시간들이었다.

거기다 덧붙여 하나님이 보내주신 일자리이니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평생 못 벗어나는 범생이(모범생) 기질도 큰 몫을 해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감당하려면 건강이 기본인데 이 기본을 늘 무시해 왔던 것 같다.
어쩐지 몇 개월 전부터 기도를 하면 생전 입에 올리지 않던 건강에 대한 기도가 저절로 나와 이상하다 생각하며 계속 기도를 해오고 있던 중이었다.

일을 할 때 한 박자 여유 있게 생각하고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일 처리가 늦더라도 조금 맘에 들지 않더라도 느긋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요즘 사무실의 회의탁자가 신문이나 서류로 어지러워져 있는 것만 보아도 열이 올라 미처 시키기도 전에 내가 치워버리는 이 성급함도 일단 일부러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몇 십 년 해온 습관이 하루 아침에 변할지... 오늘도 의사 선생님 말씀이 귓가에서 뱅뱅 돈다.
"이렇게 살면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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