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밥에 물말아 김치먹기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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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외출을 했다가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감기에 걸렸다. 재채기, 기침, 콧물, 고열에 며칠 간을 시달렸다. 결혼 이후 혹시나 해서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지내왔다. 사람들 말이 임신이 감기처럼 오기도 하는데 모르고 감기약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기회를 놓치게 될까봐...

감기에 걸리면 무엇보다도 남편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다. 결혼할 무렵 이미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연중 감기에 자주 걸렸다. 처음에 감기 옮길까봐 남편에게 딴 방에서 자자고 하였다가 거절당하였다. 감기에 걸릴 것이 확실하지만 절대 따로 자는 일은 없다고.

워낙 건강체인 남편은 감기를 가져가도 증세가 약하게 나타나고 심하게 앓는 경우는 없다. 그래도 얼마나 미안한지...결혼 전에 감기 앓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는 남편은 결혼 이후 거의 월중행사로 감기를 앓는 나만큼 감기 증세를 앓곤 한다.

열에 시달려서인지 입맛이 도통 없고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 물에다 밥을 말아 김치만 가지고 먹었다. 시원한 맛에 한술두술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옛날 먹던 새우젓국의 짭짤한 맛이 생각났다. 친정 어머니는 어릴 적 감기에 걸려 입맛 없어 하면 새우젓 국을 끓이셨다. 새우젓에 물을 붓고 파와 고춧가루를 넣어 담백하게 끓인 것이었는데 짭짤한 국물에 밥을 비벼서 먹다보면 밥 한 공기를 다 먹게 되었다.

유독 몸이 불편하고 아플 때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양념만 해서 걸죽 하게 끓인 된장에 비벼 김치 얹어 먹던 맛, 도서관에 갈 때면 김치를 잘게 썰어서 볶은 밥을 김에 말아 싸 주셨던 김치볶음김밥의 매콤한 맛, 가끔씩 어머니 고향인 강화에서만 난다는 순무로 만든 순무깍두기의 달콤새콤한 맛. 김치만 넣어서 끓인 김칫국의 담백한 맛. 그러고 보니 온통 김치....

오늘 저녁에는 새우젓국을 끓여 봐야겠다. 남편이 나의 음식솜씨를 평가하는 데 있어 시어머니가 만드신 맛에 가까운가 아닌가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오늘이다. 입맛은 어릴 적 길들여진 엄마의 손맛이 최고이니...



Hatred stirs up dissension, but love covers over all wrongs.(Proverbs 10:12)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니라.(잠언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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