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손잡고 가는 길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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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 오가면서 남·여학생들이 손잡고 팔짱끼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어떨 때는 그 이상의 애정 표현도 스스럼없이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미소가 떠오른다. 그래, 열심히 사랑하고 지내거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연애 한번 못해보고 대학을 졸업한 나의 놓쳐버린 황금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저렇게 젊고 이쁠 때 무엇을 그리 바쁘게 한다고 데이트도 제대로 못해 봤는가?

워낙 남자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인지 학창 시절 데이트에 관심이 없었다. 간혹 모임에서 클럽에서 관심을 표명해오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관심 밖의 일이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모인 연합 써클에 가입해서 졸업할 때까지 활동을 했었다. 방학이면 각자 시, 소설 등의 작품을 써서 문집을 내곤 하였다. 당시 회원들 중에는 각 소속 대학의 시와 소설 공모에 당선된 예비작가들이 여럿 있었다.

문집이 나온 날에는 전체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는 자기 이름을 써서 돌리면 문집 뒤에 붙어있는 여러 장의 백지에 평소 생각해 왔던 평과 글을 써주곤 하였다.

그 자리에서 들었던 황당했던 이야기 한 토막. 1년 위였던 2학년 남학생 선배의 '대학 졸업할 때까지 아마 연애 못할 껄요.'라는 말에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 하였건 그 선배는 상당한 예지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말 그대로 되었으니까. 그리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일하느라 바빴고 또한 스캔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상당히 조심을 하며 살아서인지 손을 잡고 다니는 사건(?)이 없었다.

그러나 40가까운 나이에 결혼을 한 후 남편과 같이 어디를 가면 꼭 손을 잡고 다닌다. 백화점이건 공항이건 아파트 앞이건 시내거리이건 간에 장소 불문하고 옆에 딱 붙어서 손을 잡으려고 하는 나에게 가끔 남편이 그럴 때가 있다. 이 나이에 남들 보기 조금 민망하다고.

그럴 때마다 항상 나의 답은 같다.
"왜 그래, 요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손잡고 잘들 다녀.
나 억울해서 그래. 젊은 나이에 해보지 못한 것 한꺼번에 하려니 당연한 거지."

남편이 거부하건 민망해하건 상관없이 난 나이 드는 것과 상관없이 손잡고 다닐 것이다. 그렇게 함께 손잡고 평생을 갈 것이다. 크고 두툼한 남편 손을 잡을 때마다 저절로 감사기도를 드리게 된다.


하나님! 얼마나 감사한지요. 손잡고 다닐 수 있는 남편 만나게 해주셔서요.

 

The way of the Lord is a regute for the righteous,

but it is the ruin of those who do evil.(Proverbs 11:29)

여호와의 도가 정직한 자에게는 산성이요,

행악하는 자에게는 멸망이니라.(잠언 10:29) 

 

 

 



아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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