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핍박 (3)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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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방과후에 반 전체가 남아 늦게까지 자습을 하면 손수 분유를 타서 나눠줄 만큼 열성이었던 담임선생님은 항상 반 전체를 꽉 틀어쥐었었다고 하였다.
전년도 고3반 반장이었던 선배는 선생님이 언짢아 하는 일이 있으면 반성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일일이 도장을 받아 갖다 드리고는 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항상 아이들 편에서 이야기를 하였다.

선생님은 매일 점심시간이면 전체학년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하였다.
우리 반은 무조건 다 참석해야 했다.
그 보충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
옆에 있던 다른 반 친구가 내게 무엇을 물어서 확인하느라고 고개를 돌렸었다.
그 순간 터져 나온 소리...
"야. 나가."

그 대상이 나라는 것을 알고는 여러 반에서 모인 학생들이 웅성거렸고 선생님의 고함은 계속되었다.
그 날 방과후 한 친구가 이야기를 했다. 창피해서 못살겠다고.
다른 반 아이들이 내가 대단한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 야단을 맞느냐고 물었단다.
반장이면 웬만한 일도 그냥 넘길텐데 너무 이상하다고....

그러나 매일 아침 시끄러웠어도 친구들이 걱정했던 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대학에 진학했다.
같은 학교에 진학했던 친구들과 고등학교를 찾아가 인사드리던 자리에서 들은 말.
"너는 대학교 가서 데모 안하냐?"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 있다.
나의 감정을 아주 둔하게 만들어 내게 가해지는 공격에 아픔을 느끼지 못했었다는 것이다.
아주 객관적으로만 상황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담담하게 지냈다.

그 때 16살이었던 나의 질문이 40대 초반의 남자 선생님에게 그렇게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잘못된 것이었을까?
세월이 지나 한가지 깨달은 것은 나의 태도가 선생님의 적개심을 더 키웠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노골적인 적대감정의 표현에 위축되는 것 없이 담담했던 내게 계속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학 다니면서 나는 종종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었다. 심지어는 교수님이 계신 자리에서까지.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는 잊고 지냈다.
생각해보니 그 일이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내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선생님이 더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반성도 했었다.
야단 맞을 때 좀 힘든 표시라도 내든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던가,
뭔가 어린 학생이 보일 법한 태도를 보였더라면 중간에 그 이상한 핍박이 그쳤지 않았었을까....


He who holds the stars in space will not let go of His promises to us.
(공중의 별들을 붙드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신 약속을 버리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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