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핍박 (2)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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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일이 너무 이상하게 되었다는 판단이 들었고 바로 교실 문을 열고 선생님을 뒤좇아갔다.
선생님이 막 교무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에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른 의도는 없었고 단지 정답을 확인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제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용서하세요."
"학생들 앞에서 그러면 안되지. 알았어. 돌아가".

그것으로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던 것이 오산이었다.
이후 복도에서 만나 인사를 해도 선생님은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있는 반이라는 이유로 우리 반은 미움을 받았다.

2학년에 올라가서는 이과반 두 반과 문과반 여덟반으로 나뉘었다.
성적순으로 지그재그로 편성한 이과반은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특별활동도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늘 두 반이 무엇을 해도 라이벌이었다.

나는 1반으로 반장을 맡고 있었는데 생물 시간마다 우리 반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무엇인가 잠시 틈을 보였다가는 당장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다른 이과반인 2반 아이들이 생물 선생님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해서 꼭 1반을 이기라'고 했다며 왜 자기 반을 이뻐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2학년이 지나고 3학년이 되었다.
두 반이었던 이과반은 한반으로 줄었고 나는 의대를 지망했었기 때문에 이과반에 남았다.
3학년 담임이 발표되었는데 바로 그 생물 선생님이었다.

무엇인가 마음 속으로 찜찜한 느낌으로 새로 배정된 반으로 들어간 첫날.
담임선생님으로서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일성이 나를 놀라게 했다.
"지금 이 반에 있어서는 안될 놈이 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문과반으로 옮겨라."
아이들은 지금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일장 연설을 끝내고는 태극기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아직 반장이 뽑히지 않은 상태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를 있는 대로 흘겨본 선생님은 1번을 지명하였다.
나는 속으로 '내가 반장도 아닌데 왜 저런 눈총을 받아야 하나...'생각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선거에서 반장으로 뽑힌 나는 졸업할 때까지 담임선생님의 화풀이에 시달려야 했다.
"반장, 환경 미화 어떻게 하는게 좋겠나?"
대답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미화부장을 불러 내가 이야기한 꼭 반대로 지시를 하였다.

이러한 것이 매일 되풀이되다 보니 반 친구들은 이유는 몰라도 담임선생님의 나에 대한 적개심을 다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가....반 전체는 담임선생님보다는 반장인 나를 더 따랐고 이것이 카리스마가 강했던 선생님을 더 못 견디게 만들었던 것 같다.

 

 

In the beginning we make our habits; in the end our habits make us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꽃베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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