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벼락치기 공부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38
반응형
SMALL

드디어 3학기 마지막 페이퍼 작성을 끝냈다.
마감 시간 몇 시간을 남기고 마쳤고 메일로 송부하고 나니 마음이 시원했다.
전날 밤 새워서, 중간 중간에 몇 십 분씩 졸다가 깨다가 하며 자료를 뒤져서 작성을 했다.
이번에도 벼락치기로 숙제를...
코스 마지막 과정인 다음 학기에는 미리미리 준비하도록 해야겠다.

어려서부터 익숙해온 벼락치기 공부는 나의 특기였다.
주위에 물어보면 다들 그렇게 해왔다고 하는 것을 들으면 내 특성만은 아닌 듯 한데...
그러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늘 전날 밤을 새워 시험공부 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봄, 반장들에 의해 간선으로 뽑히던 학생회장 선거에서 예상에 어긋나게 참패를 한 적이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너무 이상하다....
옆 반 반장이 선거가 끝나고 사유를 알려주었다.

우리 담임선생님이 선거 직전 반장들을 다 불러놓고 절대 강명옥을 뽑지 말라고 하셨단다.
학생회장 하다보면 성적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당시 유지하고 있던 전교1등(이 단어 가지고 남편과 옥신각신 한 적이 있다. 전학년 1등은 말이 되지만 무슨 전교1등이라는 말이 있냐고) 성적이 회장 활동으로 인해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 하셨던 것 같다.

선생님은 평소 늘 잔소리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명옥아, 미리미리 책 좀 보고 공부해라. 전날 밤새지 말고...네가 미리 공부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그러나 나는 졸업하는 날 까지 선생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 진학이며 박사과정 진학이며 다 때가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늘 마지막 단계에서 실천에 옮겼던 것 같다.
언젠가는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해왔음에도...

이 벼락치기 공부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10년 전, 교회에서 처음 해외선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첫 날인 어느 수요일.
고민하다가 도저히 바빠서 안되겠다 포기하고는 일과 후에 종로서적을 갔었다.
거기서 교회 가기 전, 잠시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들른 송집사님 부부와 마주쳤다.
그 순간 참석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번개같이 알아채고는 즉시 항복했다.

"강집사님도 해외선교 프로그램에 참석하실 거지요? 같이 교회에 가시지요."
내가 당연히 참석하리라 생각하고 묻는 질문에
"그럼요. 가야지요."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며 혼자 슬며시 웃을 때가 있다.
어찌 그리 아시고 송집사님 부부를 보내셨는가...
송집사님 부부 말씀이 평소 교보문고를 애용했는데 그날 따라 종로서적에 오고 싶었다고...

마지막 순간에 움직이는 나의 이 벼락치기 습관과 게으름(?)을 너무도 잘 아시는 하나님이 미리미리 손쓰신 것이 두 가지 있다.

뒤늦게 대학원 공부시작해서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던 30대 초반에 미혼집사로 만드신 것,
그리고 남편의 사회적 활동을 이유로 교회봉사에서 멀어지던 40대 초반에 권사로 만드신 것.
일단 무엇이든 맡으면 책임을 다하고 충성을 다하는 나의 장점을 꿰뚫어보시는 하나님.
제가 무슨 핑계로, 어디로 숨을 수 있겠어요.
에휴........

 

 

A small light can dispel great darkness. 작은 불빛이 거대한 어두움을 몰아낸다.

 



메리골드


반응형
LIST

'일하며 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번째 충돌 (2)  (0) 2002.02.17
두번째 충돌  (0) 2002.02.17
핍박 (1)  (0) 2002.02.17
핍박 (2)  (0) 2002.02.17
핍박 (3)  (0) 200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