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첫번째 충돌 (2)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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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같이 앉아 있던 이대리(당시 회장의 조카, 운동선수 출신으로 매일 지각, 일은 형식적으로 했으나 부서장도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가 나섰다. 그동안 술친구로 죽이 잘 맞아왔던 두 사람이었다.

갑자기 이대리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상사인 과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한마디로 건방지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파일박스로 부서간 구별이 되어 있어 일어서면 다 보이는 같은 층의 사람들이 다 일어서서 뭔 일인가 의아해 하며 바라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도 경우 없는 일이라 화도 나지 않았고 계속 차근차근 설명을 하였다. 일이 시끄러워지자 부서장이 제지를 하였고 간부회의 끝에 그 날 오후 나는 옆의 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성격 좋다고 알려진 다른 이대리가 내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두어 달 뒤 그 과장과 이대리는 며칠이 멀다 하고 싸웠다. 성격상 문제가 있던 과장의 무리한 지시와 요구에 잘 참던 이대리도 도저히 어쩔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후 나는 진학을 하느라고 직장을 정리하였다. 내게 고함을 치며 과장 편을 들던 이대리는 직장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그만두었다. 과장은 선박회사로부터 계속 뇌물을 받은 것이 감사에 걸려 쫓겨났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 둔 후 가끔 경력증명서를 받아야 될 일이 생겨 옛 직장을 방문할 때가 있다. 당시 같이 어울려 다니던 대리가 부서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때 있던 여직원중 몇 명은 결혼하고 계속 다니고 있으며 갈 때마다 무척 반가와 한다.

대부분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지만 방문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학교 생활에서 벗어나 처음 사회 생활을 한 고향 같은 곳이어서인지 아니면 유달리 일을 많이 겪은 곳이어서인지. 고운정 미운정이 들었던 8년의 세월동안 나를 많이 키워준 곳이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해도 늘 그룹의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을 기울기곤 했는데 요즘에 세가 기울어 안타깝다. 우리 경제 발전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공과가 있으며 나도 짧지 않은 세월을 거기서 밤늦게 일했었다는 동지의식이 크다.어찌하였건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살고 나라도 사는 것이니 잘 되기를 기원한다.


Christ gave himself for us that we might give ourselves for others.
그리스도는 남을 위해 우리를 내어줄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서 자신을 주셨다.

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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