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두번째 충돌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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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장에서의 일이었다.

설립된 지 일년도 채 안된 기관에 공채로 입사한 사람들이 40여명이 되었다. 부서에 배치되어 한창 일을 배워가며 하던 때였다.

당시 담당 과장은 같이 기관에 입사한 입사동기였다. 내가 82년도에 H그룹에 들어가 일을 했고 과장은 같은 해에 D사에 입사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고참대리로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대학원에 다니는 바람에 기관에 입사할 때 대리로 입사한 데 비해 과장은 계속 직장 생활을 했던 터라 과장으로 그만두고 과장으로 입사를 했던 차였다.

과장은 상당히 실력도 있고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도 컸다. 초기에는 무엇이든지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기관의 풍토에 같이 한 팀이 되어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곤 하였다. 과장이나 나나 기업에서 능률 위주로 일을 해오던 사람들이라 서류 한 장에 10개에 가까운 도장을 받는 것과 일이 지체되는 것을 잘 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공격적으로 일을 한다'고 소문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자 과장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여성으로서는 혼자 간부직원으로 입사해서인지 윗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 간부수련회의에 격려 차 방문하셨던 부총재께서 지나가시면서 한 말씀을 하셨다. "강대리는 강의를 듣는 입장이 아니라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다들 웃으면서 그 장면이 넘어갔다.

수련회가 끝난 후 과장이 뭔가 일에 대한 트집을 잡았다. 부총재의 말씀을 곁들여 이상하게 연결하면서. 그 이후 계속되는 과장의 트집을 무심히 넘기던 어느 날.

결재서류를 올려놓고 잠깐 다른 부서에 갔다 들어오는 내게 과장이 서류를 날렸다.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부서원들이 놀라서 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십 여 년의 직장 생활에 일 못한다고 날리는 서류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하두 황당한 일이어서인지 화도 나지 않았다. 떨어진 서류를 다 주워서 과장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묻고 나의 의도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일은 처리되었다.

나중에 그 장면을 본 한창 혈기왕성한 대리들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참으세요. 우리 같으면 당장 사생결단이 났어요."

평소 과장의 문제 있는 성격으로 인해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던 터라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다. 아님 그 순간 하나님께서 참을 수 있는 힘을 주셨던가.

이후 자리가 계속 바뀌면서 그 과장과 같은 부서에 있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과장은 가는 곳마다 담당 부하직원들과 계속 충돌이 일어나고 문제가 발생하였다. 나중에는 상대하는 사람들이 없어 거의 혼자 다니게 되었다.

뛰어난 능력이 어떻게 조직 속에서 부적응되어 빛을 잃는가 봤던 경우다.

 

 

If you really care, you'll want to share. 진정 걱정한다면 나누어 주고 싶을 것이다.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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