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때였다.
반장을 맡고 있던 터라 수시로 교무실을 드나들었는데 선생님들의 시선이 무척 이상하게
느껴졌다.
유달리 차가워진 듯도 했고 뭔가 몰랐지만 이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련 선생님이 잠깐 보자고 하셨다.
교련
선생님 중 여선생님이 두 분 계셨는데 두 분 중 한 분이었다.
선생님 말씀인즉슨 내가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점검을 받기 위해 교련 연습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의 교련 연습을 독려하시기 위해 교장선생님이 간부들을 부르셨다.
전 해에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은 직선적이고 강직하신 분이라 모두 어려워하던 차였다.
교장선생님이 좀 더 나은 연습을 위해 건의 사항이 있으면 이야기
해보라고 하셨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을 했다.
게 중에 중대장을 맡고 있던 학생이 실수를 했다.
'우리는 힘들게 훈련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은 자세가 바로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무엇인가 일이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교직원회의 시간에 교장선생님은 크게 화를 내시면서 선생님들에게 자세를 바로 가지라고 일갈
하셨다고 하였다.
학교는 사립이고 역사가 오래되어서 대체로 연세 많으신 선생님들이 많았다.
몇 시간씩 운동장에 서들 계신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당연했다.
화가 나신 선생님들간에 누가 교장선생님 앞에서 그런 대담한 말을 하였겠느냐로 설왕설래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 선생님인가 나를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그 이야기를 들은 교련선생님이 아니라고 하였지만 소문이 그렇게 이미
퍼졌다는 것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교련선생님들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내가 그 이야기를 한 학생이 아니라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를 했지만 어찌하였건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련선생님들은 누가 했다는 것을 밝히면 그 학생이 선생님들의
미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했다.
단지 내가 아니라는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네가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고 질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해명을 할 기회도 없었다.
다만 내가 선생님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학생으로 비쳐졌다는 것이
기가 막혔을 뿐이었다.
말이 없고 무뚝뚝한 성격이 그렇게도 나쁜 인상을 주었던 것일까?
그 후 선생님들 사이에서 그런 버릇없는
이야기를 했다는 누명이 벗겨졌는지 어떤지 모른다.
그 때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인해 주위에서 누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힘든지 그리고 괴로운지 알았다.
그리고 헛소문이 퍼지면 주워담을 수 없고 수습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지금도 그 일은
지워지지 않는 억울함으로 아픔으로 남아있다.
25년 전 일임에도 그 회의 광경과 교장선생님의 표정과 선생님들의 싸늘한 시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나님은 왜 내게 그 경험을 하게 하셨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Learning of our weakness teaches us to lean on God's strength. | 우리의 약함을 알 때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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