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일탈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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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에는 특별활동이 많았다.
매년 합창대회가 열렸으며 배구대회, 바느질 대회까지 있었다.
서예반, 미술반, 합창반, 문예반, 그리고 기악반이 있어서 바이올린을 배울 수도 있었다.
생활관이 따로 있어서 방학이면 들어가서 절하는 법, 한복 입는 법 등 생활 예절을 배웠다.
도봉산에 야외 수영장이 있어 의무적으로 며칠은 가서 수영도 배워야 했다.

돌이켜 보니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이것저것 활동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합창반에는 음악선생님이 실기테스트를 하신 후에 뽑았는데 졸업할 때까지 계속 활동하였다.
방학중에도 계속 연습하여 일년에 한번씩 유관순 기념관을 빌려 발표회도 가졌다.
지금도 더우나 추우나 방학에 모여서 연습하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로 활동했던 것이 서예반이었다.
일 학년 때 가입해서 방과후에 매일 연습을 하였다.
그러나 6개월 정도 하다가 여러 이유로 계속하지 못했다.

그리고 봄, 가을이면 각 대학에서 백일장을 여는데 계속 참가를 하였다.
당일 날은 수업을 빼먹고 혼자 그 대학을 찾아가야 했다.
아침에 약간 늦은 시간에 거의 텅 빈 버스를 타고 가는 길...
그 때의 심정이 지금도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다른 친구들은 지금 모두 교실에서 공부하는데 나 혼자 이렇게 가도 되는가...
무엇인가 정도에서 벗어난 듯한 불안감.
버스 차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의 나른한 느낌 속에서 느껴지던 일탈의 감정.

분식집을 가지 말라면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것은 옆을 보지 말라면 절대 보지 않는 내 인생행로의 기본이 형성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답답할 만큼 고지식한 그리고 원칙에 충실한 내 사는 방식은 바뀌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10년에 한번씩 인생 길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기도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도전의 기회 덕이었다.
대학 졸업 후 16년 간 이력서에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5년 전, 직장을 정리하고 집에 있을 때 느꼈던 것이 바로 백일장 가던 날의 그 불안했던 일탈의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아침이면 갈 때가 있었던 생활에서 하루 24시간이 주어진 것이 좋다기 보다 불안했으니까...
그러나 이번에 또다시 건강의 문제로 직장을 정리하고 나서는 많이 달라졌다.
물론 공부를 하느라 학교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24시간 주어진 것은 같은 현상이다.

지금은 종일 혼자서 불안감 없이 잘 논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일까 아니면 이것도 경험이어서 일까.
아님 혼자서 쉴 때가 되어서일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것이 다음에 내가 할 일의 준비기간이라는 것이다.
늘 삶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이끄시는 하나님께서 다음에 내게 무엇을 허락 하실까 어떤 놀라운 기쁨을 주실까 기대하며 지낸다.

어떤 날은 종일 꼼짝을 않고 지낼 때가 있는데 몸이 원하는 대로 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그러다 보면 다시 원기왕성하게 뛸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우짤꼬...어제는 아침부터 몸이 으실으실 하더니만 그만 오후에 눈이 감겨버렸다.
깨보니 수요 예배가 끝나고도 한참 지난 시간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하나님.

 

The heavenly Father's arms never tire of holding His children. 주의 자녀를 안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팔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

 

 



샤스타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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