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Recharging Machine (3)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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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 단원에 대해 무척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봉사단원으로는 도저히 파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벽까지 회의를 하고 파견 취소 결정을 내리고 다음날 아침 서울에 보고를 하였다.

단원들은 수료식 직전에 발표된 파견 불가 결정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같은 나라로 파견될 예정이던 단원들은 같이 애쓰고 공부해온 동료를 구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것은 안 되는 일이었다.

밤새우고 난 마지막 날 아침 수료식이 끝나고 나의 석 달 동안의 긴 기도도 끝났다.

네팔 강사는 무사히 귀국하였고 문제가 있다는 소식은 안 들렸다. 파견되지 못한 단원은 그 후 가끔씩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다음에 지원하겠으니 꼭 뽑아달라고. 나는 다른 할 일을 찾아보고 이 일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라고 설득을 하였다.

훈련이 끝나고 수료식 전날 마지막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외국인 강사들이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하였다. 요청하고 싶은 일은 많았으나 일에 묻혀 사는 나한테 아무것도 요청할 수 없었다고.
저러다 쓰러지겠다 싶은데도 여전히 일하는 나를 보면서 자기들이 'Recharging Machine'이라고 별명을 붙였다고. 단원들도 한마디씩 했다. 자신들이 불평을 하고 싶어도 선생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훈련이 끝나고 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며칠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 이후 나의 몸에 이상이 생겼고 모든 생체리듬이 깨져 엉망이 되어버렸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일년 반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그 때 이후로 조금만 무리를 하면 장염에, 위염에 눕는 일이 잦아졌다.
건강은 타고나서 그 때까지 아파서 병원 가는 일이 없었던 내게 '몸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은 계기가 된 훈련이었다.

지금도 그 때를 돌이켜 보면 무사히 훈련을 마치게 힘을 주셨던 하나님께 대한 감사기도가 나온다. 그리고 건강하다고 과도하게 일을 하던 나의 교만(?)을 꺾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
건강조차도 주신대로 감사하며 돌보며 살아야 하는 것을....

 

 
Prayer isn't a time to give orders but to report for duty!
 기도는 주문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할 일을 보고하는 시간이다.

 



아게라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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