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Recharging Machine (2)

평화 강명옥 2002. 2. 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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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직원2명, 여직원 1명)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미안해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도와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오히려 내가 위로하며 피곤한데 어서 들어가 자라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어차피 내가 총괄하고 지시를 해야하는 입장이어서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었다. 훈련소장 아닌 소장으로 '무사히 끝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로 연명한 시간들이었다.

프로그램 진행과정, 강사 출발 도착, 단원들 생활 파악 및 지도, 빌려쓰고 있는 훈련소 원주인 직원들과의 업무 교섭, 단원들의 간식꺼리 정하는 것 등등...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듣고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줘야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일이 터졌다. 네팔에서 온 외국인 강사가 행동이 이상해진 것이었다. 귀족출신 고급 관리인 그 강사는 평생 제 손으로 무엇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집에 10여명이 되는 하인들이 있고 모든 것을 하인들이 해주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어찌하였건 자기 세탁물은 자기 손으로 처리하는 등 생활이 고단(?)해진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심한 향수병에 걸린 것이었다.

세브란스 외국인 진료소장이 와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 약을 먹게 하였다. 그리고 단원들로 하여금 조를 짜서 아기를 돌보듯이 돌보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로 귀국시켜야 하는가 좀더 두고봐야 하는가를 고민하였었다. 증세가 악화되어 본국에 돌아갔을 때 일어날 외교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던 와중에 훈련과정이 끝나는 날 저녁에 또 문제가 터졌다. 훈련기간 동안 단원들의 지갑이 털리는 일이 계속 발생하였었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었다. 분명히 단원들 중 하나인데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가장 큰 걱정이 손버릇이 나쁜 단원이 해외에 파견되어 일하다가 걸리면 그것은 완전히 국가 망신이었다. 훈련기간 내내 이를 어찌 하는가 걱정을 많이 하던 차였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단원들끼리 마지막 시간을 가지는 한밤중에 한 단원이 찾아왔다. 자신도 용돈을 모두 잃어버리고 단원들을 주시하는 가운데 의심 가는 단원에 대한 심증을 굳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 정황 설명이었고 실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당장 직원들 회의를 소집하였고 의논을 하였다. 내가 지목 받은 단원과 면담을 하기로 하고 본인의 자백을 들으면 단원 파견을 취소키로 하였다. 면담 결과는 사실로 드러났다. 20대 초반의 대학 졸업반이었던 여자단원은 울면서 고치겠다고 하였다.그리고 어떻게든 파견만 해달라고 하였다. 자신의 일생이 걸린 일이라고. 중학교 시절에 받은 심한 충격에 의해 생긴 도벽이라고 하였다.

 


When your world is falling apart, trust Jesus to hold it together.

 당신의 세상이 무너져 내릴 때 예수님께서 붙들어 주심을 믿으라. 

 


촛불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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