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자기야, 자기야

평화 강명옥 2002. 3. 1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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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행사가 있어 친정에 우리 삼남매가 모일 때가 있다.
물론 각각 남편과 아내들과 아이들을 동반하고.
부부끼리 호칭을 부르다 보면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
세대가 거꾸로 된 듯 해서....

"부인...." "여보...."
이건 우리 막내 동생(둘 다 38세 동갑) 부부의 호칭이다.
대학교 때 미팅에서 만나 결혼할 때까지 8년을 연애한 사이다.
동갑내기 부부가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것이 아주 이조시대 어느 양반 댁 집안 같다.
들을수록 흐뭇하다.

"경○아......" "형......."
이건 큰 동생(42세, 37세/ 5년 차이) 부부의 호칭이다.
군 제대 후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동생과 대학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그 시절 여자 후배들이 남자선배들에게 '형'이란 호칭을 쓸 때였는데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록 호칭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은 듣다가 올케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아빠에게 형이라고 하면 어떡하려구?"
"형이 형이라고 불리는 것이 좋대요..."
동생은 아이 셋 둔 아빠가 돼서도 연애시절의 기분을 유지하고 싶은 가 싶다.

"자기야....." "자기야...."
이건 우리 부부(남편 49세, 나 44세)의 호칭이다.
이 호칭으로 영원한 신혼임을 만방에 알리고 산다.
사실 결혼 후 호칭 때문에 약간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자기'인데 앞으로 바뀌기 힘들 것 같다.
언젠가 한번 '여보'라고 불러봤는데 너무 어색해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습관이 무섭고 관습이 무서운가 보다.

그 옛날 연애를 하시고 어머니 집안의 반대로 6년을 기다렸다 결혼하셨다는 우리 부모님.
45년을 함께 사신 친정 부모님들의 호칭도 내가 어릴 적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다.
"이봐......" "이봐요...."

노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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