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느려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평화 강명옥 2009. 7. 18. 13:08
반응형
SMALL

 

요즈음 친구들과 만나면 어느새 우리의 달라진 면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신체의 변화와 기능 저하 증상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하는 남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더불어 나이들면서 경계해야 될 일들에 대한 것도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대화 주제는 건망증에 대한 끊임없는 에피소드와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한 병 증세 및 약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제 모임에서 문서라도 하나 돌려보자면 다들 손들이 바빠진다.

돋보기를 꺼내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나같이 쓰고 있는 안경을 벗는 친구들도 있다.

지난 달 모임에서는 단체로 예쁜 수제 안경목걸이를 주문하였다.

 

몇 달 전 주차장에서 핸드폰 통화하다가 넘어졌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모두 한마디씩 한 적이 있다.

아직도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고 하느냐, 이제는 한 번에 한가지씩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단단히 충고들을 하였다.

핸드폰 통화하려면 반드시 제자리에 서서 하라고....

 

이번에 감기에 걸려서 일주일을 방바닥과 친구하고 아직도 미진하게 남아 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이 이제 감기는 나 나았느냐고 묻길래 나은 것 같다고 답을 하였더니 한 친구가 말을 거들었다.

예전에는 이제 감기가 다 나았다고 느끼고 바로 활동을 해도 되었는데 지금은 나았구나 하고 움직이면 마냥 길게 간다는 것이다.

그 말에 다들 100% 넘게 동감을 하였다.

 

전에 어른들의 말에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요즘 똑 들어맞고 있다.

 

머리카락 색이 달라지고

손이 느려지고

다리는 되도록 앉기를 바라고

이메일과 문자에 대한 답을 즉시 하지 않으면 깜빡 넘어가는 일이 잦고

일로 밤을 새우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고

뭔가 자꾸 쉴 수 있는 핑계를 찾고

단어들이 잘 생각나지 않고

사람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한 친구로부터 내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은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이 시드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새 물건이 시간이 감에 따라 그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듯이

반백년 넘게 사용해온 내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거나 서글프게 여기지는 않는다.

 

새로운 기대 속에 기다렸던 20대가 지났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30대에 이르렀고

바빠서 언제 들어서는지 모르게 40대가 되었고

50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비로소 저물어간다는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실감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느려지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여가면서....

 

요즘 평균 나이가 80에 가까우니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나는 60대와 70대와 80대와 90대를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게 될 것인가?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