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내 자리

평화 강명옥 2011. 7. 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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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룹으로 있는 좌석의 오른쪽 그룹의 맨 앞에서 두 번째 줄.

지난 십 몇 년간 매주 주일 아침이면 내가 앉았던 교회 본당의 내 자리이다.

앞 오른쪽으로 성가대가 있어서 내 앞줄은 지휘자와 악기 연주자들이 앉는 자리이다.

성도들이 보통 앞자리는 잘 앉지 않기 때문에 둘째 줄에 앉는 나는 보통 혼자 앉아 예배를 드려왔다.

셋째 줄부터 시작해서 뒤로 대여섯줄은 어르신들이 함께 앉는 자리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앉는 자리에 앉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앞자리에 앉는 사람은 어디에 가도 앞자리에 앉는다.

언젠가 조사를 했더니 사람들이 이사를 하더라도 거의 살던 동네에서 옮긴다고 한다.

 

내 자리가 바뀌었다.

권사들이 주일 아침 안내를 하는 자리는 달마다 바뀐다.

지난 5월 야외 유아예배실 담당이어서 한 달간 본당을 떠나 있었다.

그 와중에 성가대석을 확대하는 공사가 있었고, 매주일 교회학교 학생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순서가 있었다.

그러자 합동 예배로 자리가 부족했던지 어르신들이 둘째 줄부터 앉기 시작하셨던 것 같다.

 

6월에 본당으로 복귀하고 보니 둘째 줄은 어르신들 자리로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십 수년 간 내 자리로 생각했던 자리에 앉지 못한다는 것을 안 순간, 무척 당황했다.

 

“어디로 가지?”

 

그래서 옮긴 자리가 맨 왼쪽 그룹의 맨 앞줄...

역시 성도들이 잘 앉지 않는 자리라 보통 혼자 앉아 예배를 드린다.

 

‘익숙함’으로부터의 이별은 크든 작든 서운하다.

요즘 새로 정착한 ‘내 자리’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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