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응급실

평화 강명옥 2002. 5. 30. 13:32
반응형
SMALL

매달 마지막 주는 아직 정부와 업계와 노동계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정부가 시범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는 기간이다.
그래서 비록 늦게 퇴근하였지만 마음이 여유로웠던 금요일 저녁.

뒤 베란다 큰 창문을 열어 놓은 탓인지 썰렁한 느낌이 들어 창문을 닫았다.
도르래가 잘 구르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문이 빠르게 닫혔고 미처 빼지 못한 왼손 엄지손가락을
심하게 찧게 되었다.

손톱뿌리가 다 들리고 피는 솟고 어찌나 통증이 심하던지 한참 거실을 뱅뱅 돌았다.
안되겠다 싶어 집 가까운 병원 응접실로 달려갔다.
남편은 일이 있어 외국에 나가 있던 터라 내가 수속을 밟아야 했다.
어찌나 서럽던지...
혼자 살 때 가장 힘든 것이 아픈 때라고 하더니만 꼭 맞는 말이다.

통증을 억지로 참고 창구에 들러 수속 밟고 오니 그사이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아이와 가족,
가해자가 와 있었고 의사와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낮에 치인 아이는 멀쩡해 보였으나 차에 받힌 것이 사실이라 비교적 큰 병원에 갔더니 해당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왔다는 것이었다.
당직의사는 지금 이 병원에 의사는 자기밖에 없으며 큰 병원에서도 받지 않은 환자를 자신이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였다.
아이 할머니는 “어떻게 병원들이 이럴 수가 있나요. 너무 합니다”라는 말만 연방하고 계셨다.

그러는 가운데 내 손가락 통증은 더 심해가고...
할 수 없이 끼어들었다. 미안하지만 진통제라도 맞게 해주고 이야기하면 안 되겠느냐고.
의사의 지시로 주사를 맞고 나니 견딜 만 하였다.
그제야 응급실 여기저기 누워있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어린 교통사고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떠났다.
나는 뼈에 이상이 있는지 엑스레이를 찍고 하루치 약 처방을 받고 나왔다.
다음날 정형외과에 다시 오라는 당부와 혹시 손톱이 곪아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나 나는 이 손가락에 대해 아프다는 티를 못 내고 있다.
요 며칠동안 내가 속으로 투덜투덜 댄 것이 있었기에.
하나님 보시기에 흉할 정도로...

단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고 애고,.민망해라.

When everything turns against you, remember that Jesus is praying for you.
모든 것이 당신을 대적할 때 예수께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반응형
LIST

'살아가노라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일의 행복  (0) 2002.07.01
호강  (0) 2002.06.02
어쩜 이렇게 엄마를 닮아가냐...  (0) 2002.03.15
생일선물은 차 긁어버린 것으로 대신...  (0) 2002.03.11
자기야, 자기야  (0) 200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