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손톱이 시리다

평화 강명옥 2002. 8. 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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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뒤 베란다 큰 창에 손톱을 찧고 응급실을 가는 난리를 겪고 나서 꽤 시간이 흘렀다.
물이 들어가서 손톱이 곪아 빠지는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꾀죄죄한 모습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노력을
한 끝에 다행히 상처는 그대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때 까맣게 피멍이 든 것은 아직 다 체내로 흡수가 안 되어 아직도 손톱의 반은 시커멓다.
찧어진 부분이 손톱뿌리 쪽이라 엉킨 채로 마른 상처가 떨어지고 손톱이 조금 자라면서 문제가 생겼다.

들뜬 뿌리 쪽이 틈을 보이면서 가끔 통증이 느껴지고 또 가끔은 시리기까지 하다.
손톱이 시린 이상한 느낌은 참 이상도 하다.
그런데 통증은 확실한데 이 시린 느낌은 괜히 눈에 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정확히 잘 모르겠다.
이 손톱이 다 자라고 완전히 새로 날 때까지 계속될 걸 생각하면...

더욱이 나이를 먹어서인가 두 달도 더 전에 있었던 교회체육대회 때 피구시합을 하면서 정통으로 공에
맞은 가운데 손가락이 아직도 잘 구부러지지 않고 아프다.

가끔씩 남편이 손을 잡다가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꽉 잡을 때에는 완전히 비명이 터진다.
내 비명 소리에 남편이 깜짝깜짝 놀라는 게 민망해서 이제는 눈물을 머금고 아픔을 참는다.

그것을 눈치 챈 남편은 아직도 아픈 손이 어느 쪽인지 잘 구별이 안가니까 손잡을 때마다 묻는다.
“이 손 아픈 손이야, 아니야?”

나이 먹으면서 아픈 데는 늘어나고 아프면 잘 낫지를 않고.
그동안 써 먹을 만큼 써먹어서일까?
한창 더운 7월 말에 길가에 뒹구는 플라타너스 낙엽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요즈음이다.

The presence of troubles does not mean the absence of God.
(고난이 있다고 해서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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