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J교회 대학부(1)

평화 강명옥 2002. 8.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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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 후 몇 달 지나서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써클을 소개받았다.
재야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J교회 대학부였는데 당연히 신앙으로 간 것이 아니었다.
거의 일년을 다녔지만 본 예배에 참석해 본적도 없고 교회의 다른 행사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대학부를 제외한 교회의 다른 사람들도 전혀 몰랐다.

모임 첫날 참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선배들은 대통령을 ‘박통’이라 불렀으며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하였다.
몇 번 모임에 참석하면서 함께 했던 선배들이 안보이게 되었다.
각 학교의 시위주동자로 구속들이 된 것이었다.

나는 선배들의 지도로 ‘사회교육’을 받으면서도 충실한 후배가 되지 못했다.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발전’을 선호했기 때문에 토론시간마다
이론을 제기했다.
이런 나에 대해 선배들은 아직 ‘의식화’가 덜되어서 그렇다고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공부를 했던 신입생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당시 인생을 걸어놓고 하는 것이라 참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고 뻔히 보이는
길을 가지 않으려면 일찍 손을 떼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래도 열정이 있었기에 떠난 친구들을 만나 설득을 하였다.
같은 학교 다니던 친구가 떠났다가 돌아와 같이 공부를 하였다.
그렇게 신입생 시절의 시간이 흘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학부는 자체 연극을 준비하였다.
물론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성극이었고 나도 단역을 맡았다.
거의 매일 모여 연습하고 지낸 후 이브 전날이었다.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으로 앉아있기조차 힘들었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온 후 일주일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앓으면서 나의 모든 것을 돌아보았고 그동안 계속 고민해오던 앞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2학년이 되면 모두 활동의 주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길이었다.

앓는 동안 서서히 마음이 정해졌다.
내 갈 길이 아니다 라는...

그렇게 아프면서 나는 ‘공부하는’ 생활을 정리하였고 그것은 남은 대학생활을
괴롭게 보내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Your life either sheds light or casts a shadow.
(당신의 삶은 빛을 발하거나 아니면 그림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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