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열애(4)

평화 강명옥 2002. 8. 21.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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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못자고 장 검사를 한 뒤 피곤하고 힘들어서 종일 잠을 자고 있는데 오후에 전화가 왔다. 대학원 동기생 둘이 결혼하여 미국 콜롬비아법과대학원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인턴쉽 관계로 소개를 한 적이 있었고 그 날 사무실에 다녀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내가 소개하는 후배들은 다 친동생 같은 느낌이 든다나..

협력단에서 함께 일할 때에도 나를 찾아오는 동기생 및 후배들을 당시 부장이었던 총장께 다 인사를 시켰던 터였다.

전화를 끊기 전에 인사로 오늘 저녁에 뭐하시냐고 물었다. 원래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는데 한번 만나면 밤새 마시는 친구들이라 포기하고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 쉬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잘 지내시라고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난 뒤 내 마음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인가 다시 전화를 해서 병원에 다녀가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너무도 강하게 일어났던 것이었고 그것은 평소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 때 왜 그런 생각이 그렇게 못 참을 만큼 강하게 일어났었는지는 지금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혼자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다가 전화를 하였다.

"지금 뭐하세요?"
"도시락 시켜서 직원들하고 저녁 먹고 있어요."
"그럼 퇴근하는 길에 병원에 다녀가세요."
"알았어요."

왜 오라고 하느냐는 반문도 없이 전화는 끝났고 20분도 안되어서 총장님은 병실에 나타났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오라고 하는 사람이나 무조건 달려온 사람이나 왜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한 저녁이었다.

 

그리고 38살 미혼의 내 인생이 바뀐 결정적인 날이었다.

Anxiety in the heart of man causes depression, but a good word makes it glad.
(Proverbs 12:25)
근심이 사람의 마음에 있으면 그것으로 번뇌케 하나 선한 말은 그것을 즐겁게 하느니라.
(잠언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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