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파견되었을 때의 일이다.
귀국명령을 받고 며칠 지나서 추가 지시를 받은 것이 있었다.
봉사단원을 파견할 기관들을 직접
방문해서 여건을 조사해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귀국이 몇 주 미뤄졌었다.
우리 봉사단원을 신청한 기관들이 태국 전역에
걸쳐 있어 거의 매일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방문 기관들 중 태국 동북부 지방의 국립 고아원이 있었다.
오전 중에 기관장과의 면담이
끝나자 기관장이 나머지 스케쥴에 대해 물었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늦게 있다고 하였더니 잘되었다고 하며 '기부식'에 참석해 달라고
하였다.
오후에 태국의 유명한 고승중의 한 분이 신도들과 함께 선물을 가져와 기부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기부식은 운동장에서
거행되었는데 기부식을 하기 위한 단이 특이했다.
단 아래에는 의자를 갖다 놓고 원생들과 선생님들이 앉았다.
단상은 매우 컸고 첫
단에는 고승을 수행한 신도들 중 일부가 앉았다.
두 번 째 단에는 수행 신자 중 높은(?) 자리의 신도들과 기관장이 앉았다.
신발
벗고 올라가 바닥에 그냥 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에는 고승과 다른 두 스님이 의자를 놓고 앉았다.
스님들에 대한 예우가
불교국가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후임자와 그 지역에 파견되어 있던 봉사단원과 같이 갔었는데 우리는 외국인이라고
단옆에
의자를 마련해주어 따로 앉아있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에 약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단에 있는 사람들끼리 떠들썩하게 웃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기관장이 우리 셋 모두 단으로 올라오라고 요청하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외국 손님의 입장에서 거절하기가
난처했다.
기관장처럼 신발 벗고 단상에 올라가 앉았다.
고승이 단원의 생년월일을 물었다.
고승은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펴는 운명이라고 하였다.
나는 들으면서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에서 2년 간 봉사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바로 그 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더니 내년에 결혼할 것이라고.
다음은 후임자에 대해 묻더니 역시 내년에 결혼을 할
것이란다.
이제 막 부임해서 얼마동안 있을 지도 모르는데 내년 결혼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묻는다.
그러더니 나 역시 내년에 결혼할 것이란다.
그 때 내 나이가 37살이라 보통들 기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혼에 대해
언급을
하길래 물었다.
내가 이 나이에 미혼인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기관장이 통역을 해주었다.
고승은 크게 웃더니만 태어난
시가 몇 시냐? 내가 태어난 3월이 한국에서는 날씨가 어떠냐?
등을 계속 물었다.
그리고는 현재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 결혼할
형편이 안되고 내년에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예의 상 듣고는 있었지만 황당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기부식이 끝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단원이 고승의 이야기를 하였다.
기관장이 다 통역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결혼할
사람과 약간의 나이 차이가 있을 것이란다.
그리고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혼자 살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확정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더 황당했다.
그 후 나머지 바쁜 출장 일정과 귀국준비로 그
일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귀국 연장으로 새해를 태국에서 맞이하고 1월 중순에 귀국하였다.
귀국 몇 달 후 '혼자 사는 길'에 대한
준비를 하던 차에 드라마처럼 일이 진행되어
11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남편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파견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태국 고승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었다.
돌이켜 보니 내게 한 이야기는 거의 맞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이 다 결혼한다고 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셋 중 하나만
맞은 셈이다.
흔히들 그런
이야기를 한다.
지나간 이야기는 다 맞춘다고...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지나간 이야기야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는 것 그것도 오로지
하나님만이 아신다고 하였다.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니까 다들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대하고 노력하면서...
때를
주셔도 안 주셔도 그것이 내게 맞는 것이니 걱정할 것이 무엇 있으랴.
평안과 기쁨.
그것이 하나님 앞에 돌아왔을 때 주셨던
선물이었다.
더 이상 나의 미래가 어찌 될 것인가에 대한 초조함에서 벗어나게 하셨고 지금 주신
것이 내게 최상의 것이라는 확신을
주셨으므로.
Now abide faith, hope, love, these thre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 1 Corinthians 13:13 |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전서 1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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