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점 뒷이야기 (1)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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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의 방황 끝에 하나님 앞에 돌아온 이후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러 다닌 적은 없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관상을 보여주고 사주를 보게 된 경우가 있었다.

대학원 다니던 때의 일이다.

학교 뒤로 걸어 올라가면 경기 이북에서 가장 큰 사찰이라는 봉선사가 있다.
조용필이 결혼한 절로 더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점심 그리고 저녁 먹은 후 보통 봉선사까지 산책을 하곤 했다.
산책길에는 강의 시간에 못 끝낸 토론이 이어졌다.
말없이 걸을 때에는 산과 논과 밭을
보면서 사색의 시간이 되었다.

동기인 도성이는 불자여서 새벽이면 봉선사 예불에 참석하곤 했다.
그 인연으로 학생회 시간에 봉선사 주지 스님이 특강을 하시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가끔 봉선사 스님들이 따라주는 차와 커피를 즐기고 담화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난 후 열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같이 산책을 하게 되었다.
마침 도성이가 아는 분(절의 살림을 맡아보는 분)을 만나 같이 차를 마시게 되었다.

도성이는 차를 마시는 도중에 '저 분이 관상을 잘 봅니다.
우리들 관상 좀 봐 주이소'라고 말을 건넸다.
다들 '관상'이라는 말에 갑자기 긴장들을 했던 것 같다.

조용히 차를 따라주던 분은 한동안 말없이 있더니 나를 지목하였다.
'저 학생은 상당히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군요.'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한 후배가 '지금도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어요.'라고 말을 하자 모두 폭소를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한지 8년이 지난 후에 진학을 하는 바람에 학생들 사이에서 졸업할 때까지
'장로'대접을 받고 지냈다.

어색했던 자리가 그 농담으로 화기애애해졌고 다른 담소를 재미있게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동기 중 막내였던 은이는 가끔 시비를 걸었었다.
'이상해. 왜 다른 사람은 봐주지도 않고 언니만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고 그래?'

은이는 한 학기 선배였던 명재와 CC로 결혼했고 지금 미국에서 부부가 다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은이야. 높기는... 학교 졸업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학생인 내가 교수인 너의
자리보다 높겠느냐...

 

To get rid of a bad habit, start a good one-trust God.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좋은 습관을 길러라. 하나님을 신뢰하라.

 

 



천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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