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점 이야기 (3)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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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친구가 찾아 가보고 권했던 유명하다는 내수동 아저씨. 대뜸 하늘 아래 내 눈에 차는 배우자감이 없다고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람에 거꾸로 내가 이야기를 들어준 셈이 되었다.

지금은 공원이 되었지만 비원 입구 옆으로 작은 쪽방들이 있었다. 전부 무허가 건물로 워낙 오래되어서 손을 못 대고 있던 시절이었다.

게 중에 점집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사무실의 여직원의 권유로 점심 먹은 후 여럿이서 장난삼아 갔었다. 신이 내렸다는 젊은 아줌마는 눈빛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내게 한 말은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구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내게 능력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가 나의 대답이었다. 그 때 돌아오는 길이 참 마음이 무거웠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웬 말인가. 나 하나 바로 서서 살기도 버거워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한다니...

그리고 친한 친구가 누구의 권유로 갔었는데 상당히 잘 맞는다고 권했던 미아리 거북점집. 맹인인 할아버지는 목소리와 육효(?)로 인생이 어찌 될지 맞춘다고 하였다.

당시 학교 교사로 직업을 바꾸려는 생각이 있던 나는 그거 하나만 물었었다. 할아버지 왈, 교사는 아니고 장차 외교관을 하겠단다. 그럴 생각도 없고 외무고시는 더더욱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했더니 두고 보란다. 오래 전에도 의사가 한 사람 왔는데 나와 비슷하게 외교관으로 나와 일러주었더니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하며 돌아 간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에 그 의사가 찾아와서 외교관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고.

이 모든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었다. 그리고 10년 후 태국에 파견되어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비교적 일찍 퇴근하던 어느 토요일 오후. 대사관에서 건물을 나와 정문으로 가기 전 오랜만에 바라보는 파란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다가 장차 외교관처럼 살겠다고 했던 할아버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의 운명을 봐준 것은 친구였다. 대학 동창인 그 친구는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 날 집에 놀러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내 사주가 궁금하다고 하였다.

자신이 관심이 가서 책을 사다가 보며 공부를 했다고 하였다. 참 별것 다한다 하며 알려주었더니 한참을 무엇인가 쓰고 생각하던 친구는 이상하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지구를 밟고 다닌다고 나온단다. 당시 다니던 기업이 보수적이라 지방 출장도 안 보내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친구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어떻게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이후에 국제협력 업무를 하면서 동남아로 아프리카로 출장을 다니곤 하였으니 그것도 맞았다고 할까.

그것으로 세상 사람들을 통해서 보는 나의 인생 미리 알아보기는 끝났다. 하나님 앞으로 돌아온 이후 하나님의 인도로 가라고 하는 대로, 하라고 하는 대로 살아가는 내게 더 이상 미래에 대한 추측에는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든 다 감사할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도 없다.

다만 나중에 내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내게 주신 소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꾸중 듣기가 조심스럽고 제일 두려운 일이다.

 

 

Praise flows naturally from a grateful heart. 감사하는 마음에서는 찬양이 저절로 나온다.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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