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노처녀에 대한 세상의 관심 (two)

평화 강명옥 2002. 8. 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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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파견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함께 파견된 소장님 부부와 함께 대사관에 인사를 마치고 관저로 대사 사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사모님 왈

"어머 그런데 얼굴이 이쁘네요.
""???"
"나는 나이 많은 노처녀 과장이 온다고 해서 얼굴이 아주 못 생겼거나 어디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하하하....."

성품이 솔직 담백한 그 사모님의 말씀으로 인해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인식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었다. 여자가 나이 들어가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대한 편견을...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한인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서 성가대에도 참석하고 구역모임에도 참석해서 성도들과 친해진 후에 한 집사님이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어느 날 성전 입구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어떤 집사님이 그러더란다.

"저 분이 싱글이라네요"
"아...녜...."

그런데 내 얼굴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싱글이 저렇게 얼굴이 하얄까?' 그러다가 얼마 지나서 골프 싱글이 아니라 미혼인 싱글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고... 보통 남편을 따라 해외에 근무를 나가는 경우이기 때문에 여자가 일 때문에 파견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나에 대해 가장 속썩은 분은 친정어머니이다. 심장병으로 매일 약을 드시면서 생활하시는 어머니는 그 심장병이 내가 결혼을 늦게 하는 바람에 생긴 병이라고 하시는데 늘 죄송하다. 외딸을 평생 데리고 살까봐(?) 노심초사 하셨던 어머니는 어디선가 총각들에 대한 중매건을 가져오셔서는 닦달을 하시곤 했다.

"딸도 여럿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밖에 없는데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저 나이 먹도록 데리고 있어야 하나"라는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동생 둘이 대학 때부터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 해도 '절대 순서를 바꿀 수 없다. 역혼은 안 된다. 누나가 결혼한 후에 결혼시켜주겠다'는 어머니의 단호한 의지에 밀려 데이트만 거의 10년 가까이 하고 있던 터였다.

돌이켜 보면 지금 그 올케들의 친정에서 나를 오랜 기간 얼마나 원망을 했었을까 참 미안한 일이다. 동생들은 내가 30이 넘어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당장 결혼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게(?) 보여지지 않은 해에 간신히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40일 차로 결혼들을 했다.

오랜 기간 결혼 압박을 받으면서도 누나 때문에 결혼 못한다는 불평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동생들 역시 고맙기 그지없다.

어머니의 닦달이 최고조(?)를 이룬 것은 동생들이 결혼 날짜들을 잡고 식 올리기 전 몇 개월 간이었다. 매일 중매 스케쥴을 잡아 놓으시고는 "요새는 말이다. 주위에서 들어보니 인연이면 만난 지 한달 만에라도 한다더라."

그 때 에피소드 하나.

내가 평일에는 일이 많아 도저히 시간을 못 내니까 언젠가는 주일날 오후 시간을 잡아놓으시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시는 통에 주일 오후 성가대 연습을 빠지고 선보는 장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전날 어머니의 주문이 조금 이상했다. "되도록이면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라." 무심코 듣고 넘겼고 약속 장소에 나가 대상을 찾아 앉았는데 앉자마자 상대방이 물었다.

"사무실 나갔다 오시는 모양이지요?"
"아니요, 교회 갔다가 오는데요"

그러자 얼굴 빛이 바뀌더니
"저희는 독실한 불교 집안이어서요..."하는 것이었다.
"아하 그러세요. 부담 갖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의 강권에 마지못해 나갔던 터라 속으로 '아이구 잘되었다' 싶어서 부담 없이 일에 관한 세상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결국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하나님이 보내주셨다고 확신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하나님이 보내주시면 하지요"라는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Do not swerve to the right or the left; keep your foot from evil.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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