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고별 강연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04
반응형
SMALL
정년퇴임 하시는 교수님의 고별강연회에 참석하였다.
강사로 4년, 교수로 34년 도합 38년을 모교에서 강의해오신 교수님은 한국정치사와
한국정치사상사를 가르치셨다.

박사과정 첫 학기에 교수님의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는데 많은 공부가 되었었다.
개화기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여러 인물들 중 학생들이 각자 한 사람씩 선택하여
연구하고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단재 신채호, 도산 안창호, 춘원 이광수,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 우남 이승만,
우사 김규식, 후광 김대중 등이 대상이었다.

매주 토론에 참여하자면 각 인물의 전기는 물론 관련 논문, 저서 등을 읽어야만
했는데 그 과정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떻게 각 인물들의 사상이 형성되었는가?

시대의 특성과 인물들의 활동상과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평소 아주 제한적인 상식으로 밖에 알지 못했던 우리 근현대사를 일부나마 통시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교수님에게서 철저한 시간 엄수와 오랜 강의에서 나오는 절제된 그러나 정수만을
말씀하시는 면을 배울 수 있었다.

고별 강연은 강의하셨던 정치학과와 졸업생들의 모임인 연정회의 주관으로 학술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

강연 끝에 교수님은 모두들 퇴임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서 그 답을 하셨다.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앞으로 5년 간 강사로 강의를 할 수 있는데 2년을 더해서 강의
40년을 채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럼 나머지 3년은? 그 때 가서 생각해 보신다고.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을 구입해서 필요할 때만 찾아보았는데 이제는 온전히 다 읽으시겠다고.
그리고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한 성경을 읽으시겠다고.
그것으로 나머지 생의 시간을
보내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씀을 마치셨다.

한 직장에서 40년의 세월을 보내는 일....
10년마다 인생 길을 뒤집어 엎어온 나로서는 그러한 영광을 가져볼 기회가 없을 터인데.

교수님의 건강과 평안을 바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수님은 과연 어떠한 심정이셨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마음을 누구라고 헤아릴 수 있으랴 싶었다.

패츄니아


반응형
LIST

'일하며 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찬  (0) 2002.08.21
단념  (0) 2002.08.21
선생님(2)  (0) 2002.08.21
다시 공직으로 (2)  (0) 2002.08.21
검도 동호회  (0) 200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