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단념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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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크게 생각해 온 것 한가지를 완전히 포기했다.
남들처럼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다는 생각을 단념했다.

기다리다 보면 아이를 주시지 않겠는가 했던 바램은 '아이 없는 복'으로 바뀌었다.
며칠이 멀다 하고 감기몸살이 오고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즈음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지금 내게 아이를 주시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오히려 내 삶은 '아이'보다는 '사회'에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십 중반이 되면서 그리 길지 않은 생을 돌이켜 보면 내가 무엇인가를 완전히 단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 단념했던 것은 결혼이었고 두 번 째는 공부였다.

주위의 어떠한 시선이나 말들에도 흔들림 없이 지내면서 언젠가는 결혼하리라는
생각을 완전히 단념했던 것은 38살이 되던 여름이었다.

늘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사람이라면'이란 생각이 '그래 독신의 은사로구나'로
바뀌었다.
그래서 일하던 직장을 정리하고 신학을 공부하기로 작정하였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 가고자 했던 길 중의 하나였던 신학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을 먹고 실천에 옮기려고 할 때 '드라마'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해 겨울 초입에 결혼을 하였다.

결혼하고 나서 언젠가는 마무리(박사과정)를 하려고 했던 공부를 단념하였다.
남편은 당시 민간단체에서 일을 하며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때였다.

공부는 외국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몇 년 씩 떨어져 있는 것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활동이 많아질 남편 뒷바라지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또 한번의 '드라마'가 갑자기 벌어졌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하나님은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완전히 포기하고 단념하였을 때 하도록 허락하셨다.

하나님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우선시 하는 것을 버리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바라던 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하라는 뜻이었을까.

결혼이나 공부나 상식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 시기에 하게 되었다.

세 번 째 포기한 '아이 엄마가 되는 것'은 어떻게 하실까?
몇 년 전에 허락하신 수양 아들. 딸들이 하나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답이 아닐까...

가는잎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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