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만찬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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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중국식당에서 열린 부부동반 만찬에 다녀왔다.
M국 한국 주재 대사가 M국으로 부임할 한국대사를 위해 주최한 자리였다.
룸에 들어가서 잠시 인사를 나누다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 앉아서 내 앞에 있는 이름표를 보다가 픽 웃음이 나왔다.
직업 의식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MRS. KIM SE UNG
남편 이름에서 스펠링이 하나 빠진 것이었다.
어찌 그런 것만 눈에 들어오니...

그동안 국제협력 업무를 해오면서 오찬, 만찬 준비를 꽤 했었다.
참석하는 사람들이 먹는 시간이 두어 시간에 불과하지만 준비하는 측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장소확정, 메뉴 결정, 음료 종류, 예약, 초청인원 확정, 초대장 발송, 이름표 작성, 메뉴판 작성, 참석 확인 등등.
참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M국 대사의 정중하고 유머에 넘치는 초청연설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 대사의 역시 정중하고 친밀감 넘치는 답례연설이 뒤따랐다.
M국 대사의 와인 시음에 이은 와인 축배.

침 넘어가는 소리도 부담스러울 만큼 조심스러운 자리에서 이어지는 외교 대화.
그동안 한국과 M국의 우정도 많이 커졌고.
M국의 자랑거리 - 깨끗한 물, 산, 환경, 풍성한 과일, 소박한 사람들, 좋은 품질의
보석, 그리고 쉽게 골프칠 수 있는 환경 - 에 대한 소개.

매운 음식이 보편적이어서 한국에 와서도 적응이 쉬었다는 이야기.
과일의 여왕이라는 두리안은 콜레스테롤이 높아 망고스틴과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
M국과 주변국가와의 관계.
양측 인사들의 해외 경험에 대한 담소.

그동안 미뤄두었던 감기약을 기침이 심해져 낮에 먹은 탓에 졸음이 쏟아져 힘이 들었다.
다행히 내가 주빈이 아니어서 미소 띄우며 응대만 해도 괜찮았다.
분위기 좋은 만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저 M국 대사는 우리나라가 무척 부럽겠지요?"
"그렇겠지. 1960년대는 우리와 비슷했었는데..."

이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시작하는 단계인 M국이 잘 발전하기를...

그동안은 내 이름 석자로 일해왔었는데 앞으로는 MRS. KIM 으로 지내야 한다.
친구들은 장차 해외공관에 나갈 때에 대비해 요리학원에 다녀야 하지 않냐고
모일 때마다 걱정한다.

그동안 내가 워낙 맛있게 먹는 것에만 익숙해져있다는 것을 너무들 잘 알아서.
조만간 요리강습에 다니게 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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