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청계산 등반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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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들과 아침에 청계산 입구에서 만나 등산을 하였다.

매달 날짜를 정해서 만나는 친구들이긴 하지만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자고
해서 처음 시도했던 것이 2년 전이었다.

그 때 처음 청계산에 가보고 무척 놀랐었다.
올라가는 길 내려오는 길 모두 사람으로 넘쳐 났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나이든 분들은 거의 매일 산에 다닌다는 것이었다.
다들 이렇게 건강을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구나...하는 생각.

그 때까지만 해도 평생을 '건강'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문
지상을 통해 가끔 기사를 읽었어도 세태가 그런가 하는 정도였었다.

가능하면 매주 한번씩 해보자는 처음의 다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개인적인
사정들이 생기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혼자 하는 것도 꾸준히 하기 어려운데 여럿이 모여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달 모임에서 다시 이야기가 나와 시도했던 것이었다.
그동안의 큰 변화라면 다들 건강에 하나씩 적신호가 와서 나름대로 홍역들을 치루고
난 뒤라 더 필요성을 느낀 것이었다.

천천히 이야기하며 맑은 공기를 실감하면서 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가는 도중 보이는 잔설들과 길에 얇게 덮여 있는 얼음들이 나무껍질들을
뿌려 미끄럼을 방지하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무척 조심스러웠다.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나무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선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삶의 여러 의무들과 치장들이 거둬지고 난 뒤에 우리 모습도 저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속했던 것들과 관계들을 다 놓고 떠나는 날 하나님 앞에 태어난 그대로
섰을 때 내 살아왔던 삶이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하나님 보시기에도 사람이 보기에도 아름답게 살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시....내려오는 길에 바닥 얇은 등산화를 신은 친구가 연신 엉덩방아를 찧었고
나 또한 한번 주르르 미끄러졌다.
그래도 웃으며 이야기하며 좋은 시간이었다.

등산로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들 중 예전에 갔던 데를 들어서니 사람들로
꽉 차 거의 좌석이 없을 정도였다.
두부김치, 콩비지국, 김치찌개를 주문하였고 맛있게 무친 콩나물, 봄동, 시래기나물을
열심히 먹은 뒤의 포만감.

이후 자리를 옮겨 바깥 풍경이 이쁜 찻집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하였다.
다들 서너 번씩 커피 리필을 요청하면서...

그리고 돌아오는 길...이렇게 시간이 인생이 가는 것이리라...
시간이 맞으면 가능한 대로 한 달에 한번은 가자 하였는데 그것도 두고봐야 할 일이다.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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