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만보기

평화 강명옥 2002. 8. 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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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남편은 체중줄이기, 나는 약해진 건강회복을 목적으로 만보기 2개를 샀다.
당시는 아침마다 둘이 10분 거리에 있는 전철역까지 같이 걸어가서 남편은 전철을 타고
나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무렵이었다.

하루에 얼마나 걷나 궁금하기도 했고 만보기를 차면 되도록 걸으려는 마음이 일지 않을까
해서 구입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만보기를 보는 순간 남편은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렇게 안해도 충분히 걷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당최 뭔가에 구속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것이 만보기 차는 것에까지
적용되는 줄은 몰랐다.

기왕 산 것 물릴 수도 없고 해서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중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주려고
가지고 출근했다.
만보기를 차고 출근 한 첫날 되도록 걸으려고 노력했다.
6층까지 걸어 올라가고 일보러 다니면서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고.

그러나 그렇게 노력했어도 10,000보를 채우지는 못했다.
계속 노력했어도 거의 한 달을 매일 8000-9000보 사이로 걸었다.

점심을 먹고 산책하면서 만보기 이야기를 했더니 직원들 몇이 관심을 가졌다.
구입하고 싶어도 어디서 파는 지 몰랐다고 구입을 요청했다.
그래서 그만 그냥 주겠다고 했던 것이 본의 아니게 팔게 되었고 퇴근길에 한 개를 더
사다가 전달을 했다.

그리고는 매일 점심 시간이면 서로 몇 보 걸었나 비교하고 격려하곤 했다.
직원들은 곧 매일 10,000보씩 채워 걷기 시작했고 아예 점심시간에는 산책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6층 사무실을 몇 번씩이나 걸어서 오르내려도 힘든 줄을 모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했던 생각...역시 우리는 목표 지향적이구나. 그것도 눈에 확실히 보이는...
그냥 많이 걷겠다고 하는 것과 하루 몇 보 걷겠다고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숫자가 올라가는 것에 은근한 재미까지 느꼈다.
마치 예금통장 액수 올라가는 것처럼...

사무실을 그만 둔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면 만보기 부터 허리에 찬다.
외출을 하지 않는 날은 1,000보도 안되고 장보러 갔다오면 3,000보 정도다.
요즘 에어로빅을 하면서 약 한정거장을 걸어갔다 오는 셈인데 이러저러해서 6,000보 정도.

한동안은 이것이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차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일을 만들어서라도 많이 걸으려고 하고 그래서 목표를 되도록 채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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