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쫀쫀한 너무도 쫀쫀한...

평화 강명옥 2002. 8. 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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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새삼 느꼈던 것 하나.
아무거나 잘 먹고 항상 입맛 좋고 탈나기 전에 몇 십 년간을 늘 소화를 잘 시켜온
나의 위장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것.

혼자 끼니를 해결하게 될 때 가장 맛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싼 것을
골라 먹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값 차이라는 것이 얼마 안 됨에도 불구하고...

20여년 사회생활 하는 동안 남들 받는 만큼 월급 받고 살았는데도 말이다.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검소한 것이지만 이 또한 버릇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좀 좋은 것을 골라먹자 의식하고 지내지만 거기서 거기다.
워낙 싫어하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택시를 잘 타지 못한다.
택시를 타면 간단하고 편하게 갈 것을 부득부득 전철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다닌다.

주머니에 택시 값이 없어서가 아니다.
괜스리 젊은 나이에 택시 타는 것이 죄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옷 살 때...
제 값 붙어 있을 때 산 적이 거의 없었다.
학교 졸업 후 거의 정장을 입고 지낸 세월이지만 그 옷들을 세일할 때 잘 골라서(?)
아니면 동네 양품점에서 적절한 모양의 적절한 가격의 옷을 사입었었다.

결혼 후 남편이 백화점에서 거금(?)의 커플 티를 골랐을 때 속이 무척 쓰렸다.
아이고 저 티셔츠 한 장 값에 조금만 더 보태면 세일할 때 정장 한 벌 값인데 하고...

남편 것을 고를 때면 서슴지 않고 비싼 쪽을 택하는 내가 내 것을 고를 때면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은 어찌됨인지...

나를 위한 것에는 언제나 이 어쩔 수 없이 쫀쫀한 너무도 쫀쫀한...

God's grace gives us what we don't deserve.
(우리는 받을 자격 없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받게 된다.)

E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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