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한 여름 밤의 봉변

평화 강명옥 2002. 9.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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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데이트 할 때 참 어찌 그리도 보고 싶던지...
매일 만나면서도 그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지고 헤어지는 것이 괴롭고 하던 시절이었다.

더울 때여서 우리는 한강 둔치에 자주 갔었다.
시원하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그런 어느 날,
차안에서 뽀뽀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던 터라 놀라서 쳐다보니 웬 여자가 산발에 도끼눈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우리 약 올리려고 그러는 거야, 뭐야?"

뭔 소리인가 싶어보니 우리 옆자리에 주차 해 있는 차 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
그 여자의 남편인 듯한 남자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보아 하니 부부싸움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바로 옆 차안에 있는 우리의
찐한(?) 모습에 그만 열불이 나서 돌아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그렇다고 우리에게 행패라니.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겪는다 생각하며 피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말리고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후진을 하고 빠져나가다가 그만 경계표시를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았고 차는 고장이 나버렸다.

근처에 당시 예비신랑의 작은 아버님 댁이 가까이 있었고 연락을 해서 작은 아버님과
사촌동생이 각자 차를 가지고 나와 우리에게 한대를 내주시고 차는 견인해서
고쳐주기로 하였다.

그 때 아직 인사를 가기 전이었는데 한밤중에 한강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졸지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여름이면 그 때 생각이 나고 가끔 웃으면서 이야기하게 된다.
참 그 여자 얼마나 열 받았으면 그렇게 싸우려고 시비를 걸 정도였을까?
그 날 화해는 잘 했을까? 하고...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정말 황당했었다.
한 여름 밤의 날벼락 같은 봉변으로 인하여.

Conversion is a step of faith : maturity is a journey of faith.
(회신은 믿음의 첫걸음이고 성장은 믿음의 긴 여정이다.)

마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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