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잔소리

평화 강명옥 2002. 9. 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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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잔소리가 늘고 있다.
작년 언젠가 함께 창덕궁을 돌고 나오면서 갑자기 바이올린을 사고 싶다기에
함께 가서 구입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교본을 보고 열심히 연습을 하더니 이제는 경지(?)에
올라선 남편이 내게 피아노 반주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남편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찬송가에서 팝송, 가요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넘나든다.
'My Way', '목포의 눈물', '나 같은 죄인 살리신','주안에 있는 나에게'.......

서툰 내가 들어도 제대로 한다.
단지 전문가에게 배운 자세가 아니라 그것이 걱정될 뿐이다.

한밤중에 피아노 치고 싶어하는 것을 간신히 말려놨더니만 이제는 바이올린으로
바뀌었다.

내 피아노 솜씨는 1년 반정도 배우고 있을 때에는 수십 곡을 자유롭게 외워서
칠 정도였다.
그런데 그만 이런 저런 일로 중단하고는 다 잊어버렸고...
다시 마음먹고 배우기 시작한지 두 달만에 일을 하게 되어서 또 중단이 되었으니..

남편이 요구하는 정도의 반주를 하려면 기초부터 다시 연습해야 하는데
언제 그것을 하나...

아직까지는 못하는 핑계가 통하고 있다.
"지난번 교회 운동회 때 피구하면서 정통으로 맞은 가운데 손가락이 아직도
아물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 손가락 언제 날 것 같아?"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아노는 평생 배워야 하게 생겼다.

바쁜 일이 끝나는 12월부터 정식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겠다는 남편이다.
아마도 나도 다시 주말레슨이라도 받아야할 것 같다.

"저기 말이야. 피아노...피아노 연습부터 시작해.
내가 연습한 곡부터 해야하는데...악보 구해야지..."

같이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에 남편의 잔소리 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결혼 후 처음 시작된 저 잔소리가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애고! 내 ㅇㅇ야...........
결혼을 너무 잘 한 덕이다.

To ignore your conscience is to invite trouble.
(양심을 무시하면 고통을 초래한다.)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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