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홍과 연보라

누가 그랬던 것 같다.
화사하고 밝은 색 옷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이 드는 것이라고...

그동안 나의 옷 색은 거의 검정, 진회색, 진청색, 회색이 다였다.
붉은 색이나 노란색이나 파란색 등 화사한 색깔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어쩐지 쑥쓰러웠다. 입기가...

십오 년 전이던가? 자주 만나는 친구가 어느 날 내 이야기를 했더니 딸이 그러더란다.
"아! 까만 옷만 입는 아줌마?"
그제 서야 내가 유난히 검정색 옷을 많이 입고 다녔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랬어도 취향이 바뀔 이유가 없었고 계기도 없었다.

신혼 여행복이라고 고른 것이 검정슈트에 흰색 브라우스, 검정과 회색이 이쁘게(?) 얼룩진 투피스였으니...

그런데 며칠 전 장을 보러 가는데 어느 의상실 앞에 내다 놓은 반 팔 폴라 티셔츠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분홍, 연보라, 노랑, 하늘색, 연두색, 초록색...
값이나 알아볼까 들어갔다가 그 고운 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고만 꽃분홍과 연보라를 샀다.

아 이제 정말 나이 들었나보다.
차마 다 사지는 못했지만 집에 와서도 노란색과 하늘색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으니...

젊은 사람들 절대 나이든 할머니가 화사한 꽃분홍색을 입으시더라도 웃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Jesus longs for our fellowship even more than we long for His.
(우리와 예수님이 친밀해지는 것은 우리보다 예수님이 훨씬 더 원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