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면전진정-S구치소를 다녀오다

평화 강명옥 2002. 9. 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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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면전진정이 폭주를 해서 전 직원들이 돌아가며 하는 면전진정 순번이
차츰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S구치소에 다녀왔다.

월드컵 경기장 가까이 있는 구치소는 고층 건물로 환경이 비교적 좋아 보였다.
이번에 나가게 된 것도 수용자가 이 곳에 오기 전에 낸 진정서 때문에 가게
된 것이지 S구치소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면전진정 관련 조사단을 처음 받아보는 S구치소로서는 여성 조사관도 처음
이었으니 그 반응이 다양한 가운데에서도 똑같았다.

인권 담당자가 면전 진정이 시작되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동안 수사
접견실로 안내하였다.
그 방에서 인사를 나누게 된 교도관은 지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 여자 분도 같이 들어가시나요?"

함께 간 직원이 당황해서 대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국제협력담당관이십니다."

교도관에게는 그 말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여자라는 사실만이 크게 보였던 듯 했다.

"저기 굉장히 위험 할 수도 있는데요. 지난번에 여자 수사관이 인질로 잡힌
적도 있었거든요."
"염려 마십시오. 저는 여자 둘이 면전진정 간 적도 있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만에 하나 일어날 일을 우려하는 거지요."
그리고는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구구절절이 하는 것이었다.

면전진정이 끝난 후 수용자들이 많이 다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에 진정함이
설치되어 있는가를 조사하려고 할 때였다.

담당자는 총 아홉 군데에 설치가 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남자 수용자들이 있는 곳에 가시면 곤란할 텐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이번에는 우리 직원도 덩달아 걱정이 되는지
"그럼 저 혼자만 다녀올까요?"
"뭐 문제 있겠습니까? 같이 다니지요."

그래서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진정함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여성사 관구실 옆 방, 신입교육장, 작업장 공동 복도, 남성사 관구실 옆....

두 건물을 오가는 동안 십여 명이 넘는 교도관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경계의 눈초리에 이어 '인권위원회 ....'에 관한 제 각각의 목소리들이 들리는데
결코 환영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가는 길에는 목례를, 오는 길에는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데 딱
한사람이 수고하시라는 응답을 하였다.

그리고 역시 오가면서 남자 수용자들이 손수레에 무엇인가를 싣고 나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일은 무슨 일...

걱정을 계속 하는 교도관에게 이야기했다.
"교도관들이 계신데 제가 무엇을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일로 어딘가를 방문해서 이렇게 '여자가...' 소리를 많이 들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어린 여직원과 단 둘이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다니는 출장을 가서도 전혀 못
느껴본 시선이었고 말들이었다.

이 곳에서는 여성조사관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일이고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다음에는 여성조사관이 가도 더 이상 '여자가...'란 말은 하지 않게 산교육이
되었을 테니..

A change in behavior begins with a change in the heart.
(행동의 변화는 마음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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