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

평화 강명옥 2003. 11.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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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의 병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왕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이름난 명의들이 수없이 왔다 갔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둥대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알렉산더 대왕은 오히려 침착했다. 그는 얼굴에서 병색이 짙었지만 타고난 강인한 정신력으로 조금씩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듯 했다. 신하들이 자리에 누워 휴식을 치할 것을 권하면 그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게. 사람이란 죽으면 잠을 자게 되는 법, 살아 눈뜨고 있는 이 순간 어찌 잠잘 수 있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시간을 가장 충실하게 보내리라."

그러던 알렉산더 대왕도 병이 점점 더 깊어지자 자리에 앉아 있을 힘조차 없게 되었다. 왕실에서는 이미 병색이 짙은 그를 포기한 상태라 '그의 마지막 유언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했다. 하지만 사경을 헤매면서도 알렉산더 대왕은 좀처럼 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알렉산더 대왕은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어 띄엄띄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에 내놓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오."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초조하게 그의 유언을 기다리던 신하들은 놀랐다.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왕의 유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뿐이오."

얼마 전에 학교에서 강의시간에 '유서 쓰기'를 시켰는데 학생 중의 하나가 그 유서를 쓴 후 바로 자살했다고 해서 신문에 난 일이 있었다. '사후세계'에 대한 강의라던가 '관속에 누워보기' 등과 같이 '유서 쓰기'는 사실상 언제 하나님께 불려갈지 모르면서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대학 교양과목시간에 가끔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제 갓 스물 넘은 학생들에게 80까지의 인생계획표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낸 적이 있는데 비슷한 의도에서 한 것이었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란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화를 누렸다는 솔로몬 왕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2)라는 말로 전도서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그리 많이 가져야하고 왜 그리 싸워야 하고 왜 그리 미련이 많은 것인지...항상 시끌벅적한 뉴스란을 보며 어지러운 세계 소식을 보며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We haven't learned to live until we've learned to give.
베푸는 법을 배우기 전에는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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