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중국 경극 (중국)

평화 강명옥 2005. 7. 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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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중국의 문화체험을 해보자고 해서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경극을 보러갔다. 경극 전문 극장인 이원극장(梨園劇場)은 북경시내 전문반점(前門飯店)에 자리잡고 있어서 표를 구입한 후 호텔 내 중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표를 구입할 때 잠시 망설이다가 간만에 하는 관람이라 큰마음을 먹고 vip석을 끊었다. 식당에는 우리처럼 경극을 관람하기 전에 저녁을 먹는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는데 대체로 서구인들이 많이 보였다. 극장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분장실을 통과해야하고 배우들이 분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극장 안에 들어가서 처음에 한 생각은 괜히 비싼 표를 끊었네 하는 것이었다. 어느 좌석에 앉아서 봐도 무대가 아주 잘 보이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1000석이 되는 이 극장에 매년 3만 명의 방문객이 경극을 관람한다고 한다.

 

무대가 잘 보이는 가운데에 여러 개의 vip석을 만들어 놓았는데 차와 과일, 과자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중국의 전통적인 다탁인 팔선탁(八仙卓)이라고 하는데 낡아서인지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딘지 퇴락해 가는 대가집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것이 더 전통적인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무대 양편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있어서 영어와 한자로 대사가 나와 내용을 이해하기 좋았다. 특유의 분장과 현란한 의상을 입은 경극배우들의 몸 동작은 우아하고 빨랐으며 어떤 경우에는 거의 서커스에 가까울 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분장에도 배우들 각자의 용모에 따라 고유의 특이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 특히 재미있었다. 분장에서 색은 인물의 중요한 특성을 나타내는데 붉은 색은 귀족, 용감성을, 검은색은 고집세고 솔직한 성격을, 자주색은 꾸준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을, 그리고 초록색은 고집세고 잔인한 성격을, 분홍색은 나이든 것을 나타내며 유령, 괴물 등은 금색이나 은색으로 표현한다. 
 
무대 소품은 최소한도로 사용하였고 내용은 거의 대사와 노래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무대 한 쪽에는 시작할 때 연주를 들려주었던 악단이 자리잡고 계속 연주와 대사 반주를 하였다.

 

경극은 원나라의 '잡극', 명나라의 '곤곡'에 이어 청나라 때 발전한 연극으로 베이징에서 번성해서 '경극'이란 명칭이 붙었으며 대부분 1시간 이내의 짧은 공연이고 '삼국지', '양귀비', '서유기' 등의 공연을 한다.

 

우리가 관람한 것은 손오공이 나오는 'Havoc in Heaven'과 'Stopping The Horse'였다. 손오공이 하늘궁전에서 천도복숭아를 훔쳐서 천군들로부터 공격받는 이야기와 북송시대 남장여자가 요나라에 군사기밀을 탐지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여인숙을 운영하며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 함께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리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빨리 전개되는 이야기와 화려한 주인공의 머리장식, 계속되는 춤과 변화무쌍한 노래 등이 볼 만하였다. 특히 날카로운 고음은 눈꼬리가 올라간 분장과 아주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다.

 

비록 무대를 보랴 전광판의 자막을 보랴 아주 바쁘게 보낸 관람시간이었지만 언젠가는 자막을 보지 않고도 말을 알아들을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돌아온 기분좋은 날이었다.

(2004. 2월 씀)

 

God will give us the victory, but we must be willing to fight 
 하나님은 승리를 주실 것이지만 우리도 싸울 의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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