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돗자리族

평화 강명옥 2005. 7. 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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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덥다. 100년만의 더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사람들이 많이 긴장했다가 아니라고 해서 그 긴장이 풀어졌었는데 사실은 무척 덥다. 그래서 안 팔리던 에어컨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낮에는 더워서 도통 운동이나 다른 무엇을 할 수가 없어 요즈음 우리는 한강공원의 돗자리族으로 살고 있다. 저녁 먹고 나면 혹시나 불 바람을 기대하며 한강으로 향한다.  워낙 넓어서인가 주차장에 차가 꽉 찬 것을 보고 들어가도 그다지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안 든다. 처음 며칠 간은 준비해온 돗자리와 음료수를 들고 여기 저기 잔디밭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었는데 이제는 자리가 정해졌다. <잔디마당>의 한 귀퉁이로 가로등 불빛이 제일 환한 자리이다.

 

 <잔디마당>은 말 그대로 상당히 넓은 잔디로 여기 저기 우리처럼 더위를 이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야말로 편안한 자세로들 쉬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단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깔면 거기는 안방이자 거실이자 서재가 되며 하늘은 천정이 되면서 사방이 탁 트인 커다란 우리의 공간이 된다. 누워서 쉬다가 앉아서 책 보다가 주변을 몇 바퀴 걷자면 운동이 된다. 잔디의 풀 냄새로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책에 몰두하다가 가끔 시선을 들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줄지어 가는 사람들, 열심히 뛰는 사람들, 부지런히 걷는 사람들이 보이고 우리 같은 돗자리족 사람들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갖가지 포즈로 쉬는 모습들하며 가지가지 음료수와 싸온 음식들하며... 게 중에는 아예 이불까지 가지고 와 본격적으로 자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물론 잔디마당에 본격적으로 텐트 치고 살림 차리는 사람들도 있고.

 

한강공원을 자주 나가다 보니 소풍을 자주 가는 것 같다. 어느 날 저녁은 김밥과 순대를 사서 가지고 가 펼쳐 놓고 먹었는데 완전히 밤소풍이 되었다. 아직도 더워서 시원한 공간만을 찾는데 벌써 공원 한 귀퉁이에서는 가을의 꽃인 코스모스가 무더기로 피어 얼마 안 있어 계절이 바뀔 것을 미리 알려주고 있다.

 

아직 몇 주는 이렇게 더울 것이라 하는데 그 때까지 우리도 계속 돗자리 들고 다니게 될 것 같다.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북극의 빙산이 녹고 그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며 기상변화에 까지 영향을 미쳐 매년 더워진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는 말들과 함께 더위로 노약자들이 숨지는 일도 여름의 뉴스가 된 요즈음 여름이 덥고 햇볕이 뜨거워야 풍년이 온다는 것이 한가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나 역시 돌아오는 가을 어떤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마냥 늘어져서 보내는 이 더위에 그것이 입밖에 내놓기 어려운 문제이다.


 

If you know Jesus, you'll never walk alone. 
 예수님을 알게 되면 다시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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