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살림살이

평화 강명옥 2005. 8. 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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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살림살이 중에 큰 가구들을 다 처리하게 되었다. 대부분 깨끗하고 쓸 만한 것들이라 장롱, 냉장고, TV, 책상, 책꽂이, 그릇장, 전기밥솥, 책 등이 큰 동생네로 옮겨지고 피아노는 작은 동생네로 보냈다. 우리는 간단하게 필요한 옷가지와 그릇, 필요한 책 정도만 챙겨 가지고 갔고 나머지 잔 살림살이들은 창고에 보관시켰다. 그 전해에 웬만한 살림살이와 옷가지를 다 정리해 놓았음에도 상당한 분량을 또 정리해야 하기도 했다.

 

작년에 급작스럽게 귀국하게 되면서 몇 달 정도 혼자 지내게 된 때가 있다. 임시 살림이라 정말 필요한 몇 가지 정도를 새로 사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작은 냉장고였다. 용량이 제일 작은 것을 골랐는데 사놓고 보니 냉동칸이 없는 그야말로 냉장고였다. 그래도 김치통 넣고 이것저것 조금씩 넣을 만 해서 그대로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냉장고가 작으니 뭘 사다 넣어놓기도 어려워서 그 때 그 때 반찬거리들을 사서 음식을 해먹으니 오래 두었다가 버리는 것도 없고 해서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

 

며칠 전 냉장고를 여닫다가 문득 성에가 그만 두터운 얼음이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 내용물을 다 꺼내놓고 녹이기로 하였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을 것을 빨리 정리한답시고 가위로 얼음을 깨뜨리다가 그만 프레온 가스가 터져 새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서비스센타에 문의하였더니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고치려면 며칠 걸리고 비용도 거의 냉장고 값에 육박할 수 도 있다고 하였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새로 구입을 하기로 하였고 구입하러 가서는 한참을 망설였다. 쓰던 것 같은 아주 작은 것을 구입할까 조금 더 용량이 큰 것을 구입할까 하다가 결국은 예전에 쓰던 것과 같은 큰 것으로 구입하였다. 막상 큰 것을 들여놓으니 이것저것 넣어 놓고 쓰기는 편리해졌는데 역시 조금씩 사다 쟁여 놓는 품목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새로 이사를 하고 창고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오면서 우리는 대대적인 짐 정리를 또 했었다. 그 동안 몇 번씩 정리하면서도 아깝다고 남겨 두었던 옷가지들, 오랫동안 끌어안고 다녔던 책들을 모두 정리하면서 특히 책은 커다란 책꽂이 두 개에 들어갈 분량만 남겨 놓았다. 그리고 새로 책을 구입하게 되면 기존에 꽂혀 있는 것 중에서 골라 버리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저것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2년 전에 비하면 큰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사는 공간이 보기보다 넓고 우리는 집의 크기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짐은 만들지 말고 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여름 교회에서 캄보디아로 선교봉사활동을 가는데 헌 옷 모으기를 해서 낼 옷을 고르는데 다 입는 것뿐이었다. 결국은 고르다가 기왕이면 입을 만한 것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입는 옷 몇 가지를 세탁해서 냈다.

 

막상 먹고사는데 드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산 것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도 살다 문득 집 안을 둘러보면 무엇인가가 많아져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몸만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짐이 많은 것도 짐이 되는 것 같다. 되도록 줄이자고 했는데 이번 냉장고를 사는데서는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여닫는 냉장고를 보면서 잘했나 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왕 결정한 것 좋은 점만 생각하기로 했다.


 

God's timing is always right-wait patiently for Him. 
하나님이 택하시는 시기는 항상 옳으니 인내하며 하나님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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